허리디스크 수술과 보존치료에 대한 오해 풀기

작년 11월 캠핑 이후 허리가 많이 안좋아지더니 결국 올해 3월 요추5번-천추1번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터져 흘러내렸습니다. 터져 흘러내리기 전에도 왼쪽다리 전체에 오는 방사통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는데, 터져 흘러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날은 정말 숨도 못쉴 정도의 다리 방사통이 오더군요.

 

아무리 누워있어도 통증이 가시질 않았었습니다. 거의 3박4일을 잠도 못잤습니다.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부림치다가 탈진해서 쪽잠을 자곤 했었지요. 게다가 갑자기 까치발 걷기가 안되더군요. 운동마비와 피부감각마비가 동시에 왔습니다. 까치발이 안되는 증상이 나타난 즉시 용인세브란스 병원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증상을 보신 교수님께서 바로 수술을 잡아주셔서 마비 5일차에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미세현미경 수술을 받은지 5주차가 되었습니다. 마비로 인해 왼쪽다리 전체에 힘빠짐이 심했었는데 어느정도 힘이 돌아왔고, 다리를 많이 절었는데 제법 저는 것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여전히 까치발은 안되지만요. 조금씩 좋아지는걸 보니 시간이 더 흐르면 언젠간 힘이 다 돌아올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악화될때까지 수술을 받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바로 잘못된 정보들 때문입니다. 네이버 카페 중에 국내 척추환자들이 제일 많이 모인 곳이 있는데, 해당 카페에 가보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에 대한 심한 편견이 있습니다. 수술은 잘못된 것이고 어찌됐든 보존치료로 가야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존치료란 외래를 다니며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허리디스크를 자연치유하라는 건데, 여기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보존이 되는 사람이 있고, 보존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는데 해당 카페의 분위기가 수술은 정말 마지막 보루라고 몰아간다는 것이지요. 심각하게 아프면 병원부터 찾아가야 하는게 맞는데, 많은 척추전문병원들이 과잉진료를 하고 보존보다는 수술을 권하니 병원말도 믿을 수 없다며 무조건적인 보존을 하며 환자들끼리 서로 진료를 봐줍니다. 심지어 외래에도 안가고 누워지내는게 보존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환자들 중에도 의사못지 않은 사람이 있겠지만 그런 확률은 아주 적겠죠. 제가 거의 한달을 해당 카페에서 살며 거의 모든 치료후기를 읽었는데, 처음오는 사람이나 계속 들락거리는 사람이나 수술을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수밖에 없습니다. 분위기 자체가요.

 

그러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처럼 마비가 와서야 수술을 결심하게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마비가 왔는데도 이악물고 버티며 보존치료를 고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1년 내내 누워지내며 디스크를 흡수시켜 허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후기들도 더러 있습니다. 근데 과연 그렇게 누워지낸 분의 몸이 정상적일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도 1년을 누워지내면 허리가 과연 정상으로 돌아올까요? 모든 사람들의 몸과 증상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경제활동과 커리어, 가족들의 고생은 어쩌구요. 

 

그런 후기들을 본 사람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고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그런 글들은 독이든 사과입니다. 오히려 병만 키울 뿐입니다.

 

그러면 결론이 뭐냐? 제가 몇달동안 수많은 글들과 관련 도서, 유튜브 의사들의 영상을 섭렵하며 내린 결론론은 '허리디스크 증상이 있으면 바로 대학병원에 가라' 입니다. 동네 척추병원들이 실제로 과잉진료들을 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들에게 더 좋을 수 있어도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는 않은) 시술들을 많이 권하는 반면,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보존치료를 기본으로 권하면서 필요하다면 미세현미경 등의 검증된 확실한 수술을 주로 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치료비 또한 대학병원이 더 저렴합니다. 저같은 경우 2인실 5박6일 입원에 160만원 정도가 청구되었더군요.

 

허리디스크 때문에 너무 아프다면 절대 비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카페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너무 많은 글들을 읽지 마십시오. 병에 대한 지식은 적당히 쌓은 후 전문가들에게 몸을 빨리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절대 하지 말라는 유명한 의사들 역시 1)극심한 통증, 2)풋드랍 등의 마비, 3)대소변 장애(마미총증후군)이 오면 수술을 해야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1번이 문제인데요.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저처럼 잘참는 사람들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전혀 다른 몸둥이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치료후기 따윈 보지 마시고 바로 대학병원으로 달려가십시오. 만약 다리 방사통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업무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생기면 바로 가면 됩니다. 

 

수술에 대한 심한 걱정도 필요 없습니다. 예전과 달리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미세현미경 수술시 절개부위기 3cm정도로 작고 회복 또한 빠르더군요. 방사통은 완전히 사라졌고 힘빠짐이 심했던 다리의 힘이 점점 돌아오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수술 다음날부터 혼자 걸어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디스크 협착증이 와서 약 10년전에 수술을 하셨는데 그 누구보다 현재 허리가 건강하십니다.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환우들께선 병을 키우지 마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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