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부진의 이유

LG의 스마트폰 사업이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안타깝다. LG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회사가 참 일하기 힘들고 구린 면이 많다고 하지만 나같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LG의 제품이 좋기만 하다. 매스컴의 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타 기업들과는 차별화되는 사회적 선행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대기업으로서 팬덤이 형성된 기업은 LG정도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내 메이저-마이너급 커뮤니티들의 다수에서 LG에 호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보인다. 하지만 LG의 스마트폰 사업에는 가혹할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다. 왜그럴까?  

 

우리집만 봐도 지난 이사 때 OLED TV, 냉장고, 모니터, 광파오븐, 노트북 등 프리미엄급 LG의 가전들을 구입하였고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지만 유독 이 회사의 스마트폰은 쓰지 않는다. LG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정말 좋지만 스마트폰은 분리하여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침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얼마전 갤럭시를 쓰다가 잃어버린 후 울며 겨자먹기로 많이 저렴하였던 G7 ThinkQ를 샀는데 써보니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제품의 하드웨어도 수준 이상이고 OS는 어차피 안드로이드 공통인데 유독 평가절하 당하는 이유가 뭘까? 

 

 

LG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보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엔지니어가 쓴 글을 읽었다. 그 분의 글에 내 생각도 덧붙여 써본다. 일부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현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도 흥미롭고 경영진들이 관련된 에피소드들 또한 읽어볼만하다. 아래부터의 글 중 당구장 표시의 파란색 글은 내가 적은 부분이고, 넘버링이 붙어있는 나머지 글은 LG직원 중 누군가가 16년도에 적은 글이다.

 


 

10년차 개발자의 독설 

 

① 2007년 남용 부회장 LG 전자 ceo 취임

 

LG 비극의 시작. 이분 철학이 미래 먹거리나 성장 동력을 키우는게 아니라 현재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었음. 마침 '07~'09년까지 초콜릿폰등의 인기로 실적 또한 굉장히 좋았지만, 스마트폰이나 AP 개발에 거의 투자를 안 했음.

 

이때 기억에 남았던게, 원단위까지 아끼자면서 5분 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엑셀에 적게 해서, 자기업무에 낭비되는 일을 찾아 보고 없애는 일을 시켰음. 근데, 5분마다 엑셀에 뭐 적는게 정말 낭비였음.

 


 

② 2008년 남용 부회장 MS Window와 미래 스마트폰 사업 전략적 협약

 

나같은 말단 개발자도 왜 open source가 아닌 MS지… 존나 병신짓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역대급 병신짓이었음… 맥킨지 같은 외국 컨설팅 업체를 겁나 신뢰하고 그 쪽 출신들을 임원진으로 고용할 정도로 좋아했는데, 맥킨지에서 스마트폰은 아직 멀었다는 리포트를 철썩같이 믿음

 

 

※ 2번은 업계에서 유명한 이야기이다. 말그대로 LG-맥킨지 합작 전설 오브 레전드. 몇 년전 실제로 맥킨지의 하청을 받아 리포트의 일부를 작성한 컨설팅 업체 직원을 만난적이 있어서 직접 물어봤는데, 실제로 LG에게 스마트폰은 시기상조이니 투자하지 말라는 의견에 대한 백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맥킨지는 왜 이런 셀프 크리티컬을 쳤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비슷한 업종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상식 밖의 일이다. LG를 두려워한 미국의 산업스파이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까? 맥킨지가 컨설팅 업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LG의 성장을 막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뭐 그런..

 


 

③ 2009년 모 상무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서 공용화해서 전 모델에 적용하는 Task를 진행

 

피처폰이 한창이던 2005, 6년이면 맞는 소리인데, 2009년이면 안드로이드에 몰빵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연구소의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해당 Task에 투입\ 됨. 결과는 한 두 모델에 써 보고 용도 폐기… 만약 2009년에 전사적으로 안드로이드에 사활을 걸고 몰빵했다면 어땠을까?

 

※ 나같이 늦는 사람도 잡스가 아이폰3G를 07년 말에 들고나왔을 때 바로 사서 써보고 엄청난 신세계를 경험했다. 추측컨데, LG전자의 그당시 임원들은 그냥 다른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그냥 써보지 못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문물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임원들의 연령대도 그렇고, 자사 스마트폰만 쓰도록 종용하는 사내의 환경 또한 임원들의 사고를 뒤처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써보는 것이랑 직원들이 만든 보고 자료로 접하는 것이랑은 천지 차이니까.  

 


 

④ 2010년 MC 사업부 본부장은 아직 피처폰 시장도 매우 크니 피처폰 시장에 집중하자 라고 이야기 함

남용 CEO 시절부터 미래 준비를 안했으니, 개발자들도 리눅스, 안드로이드 겁나 생소함. 하나도 모르는 개발자가 태반임… 일단, S Class UI 라고 스마트폰 느낌나는 UI 만들고 화면 키워서 피처폰 팔려고 했지만, 스마트폰에 눈이 높아진 고객들은 외면함. 그 와중에 옵티머스 큐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5대 봉인이라는 용어를 만들면서 엘지에게 헬지라는 별명을 만들어 줌.

 

※ 2010년에 저런 말을 들은 LG MC의 직원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할 수 밖에 없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센싱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관련 지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었을까? LG가 좋아하던 맥킨지에서 1980년대에 이미 'S곡선(S-curve)'이라는 기술의 변화 과정을 나타낸 걸출한 이론을 만들어 냈었다.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나 이런저런 성장곡선 하나만 알아도 3년이 지나버린 과거의 유물들에 집중하자는 말은 할 수 없다. 직원들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⑤ 2011년 MC 사업본부장 짤리고, 새로운 박모 본부장 부임 (전임 본부장은 짤렸다기 보다는 LG CTO 수장으로 갔음… 임원에게는 역시나 너무나 관대하고 좋은 회사임)

박모 본부장 부임하자 마자 역대급 병신짓 함. 박모 본부장이 1월에 부임했는데, 

 

- 부임하자마자 추운 겨울에 출근 시간 9시에서 8시로 땅겨 버림, 화장실 손 닦는 휴지 없애 버림

- 어디서 본건 있어서 사무실 파티션 없애버림. 덕분에 전선줄 및 개발 시료폰 너저분하게 굴러다니고, 칸막이가 없으니, 같은 셀에 있는 4명이 코딩하다가 서로 눈 마주치면 겁나 뻘줌해짐.

- 연구소와 공장 간의 빠른 대응을 위해서 옥상에 헬기장 만들었다가 주변에서 씨끄럽다고 민원 들어와서 두 달만에 접음

- 핸드폰은 SW보다 HW가 중요하다고 인터뷰했다가 네티즌들한테 댓글로 개까임. 직원들 댓글 보면서 대리 만족 느낌

- 직원들 모아 놓고, 잡놀디를 하라고 주문함. 잡놀디가 머냐면 “스티브 잡스가 놀랄만한 디자인” 약어인데, 그걸 하기 싫어서 안 할까…

- 그걸 우두머리 되는 사람이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 제시는 없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직원들한테 잡놀디만 외치심.

 

※ 경영 혹은 혁신을 잘못된 책이나 수준낮은 강의로 배웠거나, 저급 컨설턴트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위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본질은 모르고 곁다리만 들쑤시는 전형적인 방식.

 

※ 11년이면 전기다수/후기다수의 수많은 주류 고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구매하던 최대 성장기였다. 능력있는 직원들을 모셔오면서 개발비가 많이 들어라고 좋으니 최대 성능의 프리미엄 폰을 만들라고 돈을 퍼줘야 하는 시기에 원가절감을 하고 앉아있다니 그야말로 상식 밖의 행동이다. 쓰다보니 나까지 괜히 열받는다. 나한테 초기 임원교육 2시간만 할당해주면 이부분은 확실히 알려주고 올 수 있는데.. 지금쯤은 정신들 차렸겠지. 저런 시기에 복지에 관련된 원가절감을 하다니. 과거의 일이지만 기가찬다. 

 

※ 이당시 삼성은 대히트작 갤럭시 S2-S3를 출시하였다. 

 

   


 

6. 임원진들이 삼성과 애플의 기세에 더 이상 휘둘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다 같이 안양에 있는 삼성산에 올라가서 사과를 씹어먹는 퍼포먼스 하고 내려옴.

 

※ 유쾌한 분들임 ㅋㅋㅋ 

 

 

 

 

 


 

7. 2015년 박모 본부장 물러나고 조모 사장이 MC 본부장으로 취임함

 

- 모듈형을 채택한 G5를 만들고, MWC에서 극찬 받음 => 출시 3개월만에 직원 1000여명 타 계열사로 전출

 

- 저가 모델 정리하고 프리미엄폰에 집중하겠다. => 시장에서 이미 이미지 개씹창나서 아무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안 보는데, 무슨 프리미엄이냐…ㅠㅠ

 

※ 15년이면 이미 정체기에 돌입한 시기라 프리미엄폰에 집중한다는 것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재한 상황이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이므로 '제대로' 프리미엄폰을 만들어냈을 경우 지금쯤 LG 스마트폰의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칠렐레팔렐레 줏대없이 경영하다 이지경까지 온 것으로 본다.

 


 

8. 글쓴 분 의견

 

삼성은 잘 되고, LG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나는 현재의 경영진들이 IT 및 전자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IT가 뭔지, 스마트폰이 먼지, SW가 먼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전자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모든 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체를 안 하겠다는게 말이 될까? CEO라는 사람이 그것도 IMF때 악감정 때문에 말이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서 용도 폐기한 six sigma를 들고 와서, 생산 수율과 상관도 없는 SW에 적용하라는 병신 같은 짓거리를 직원들한테 왜 시킬까? 그렇게 six sigma 인재를 만들어 놨으면서, 왜 G5 불량 수율은 하나도 못 잡을까?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G5 출시하면서 어이없게 갤7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했다. 직원들 1000여명 계열사 전출 보내면서, 프리미엄폰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고객과 직원들은 엘지의 분수를 아는데, 왜 경영진들만 아직도 자기 분수를 모를까?

 

 

식스시그마를 SW에 적용하라니 저건 말인가 방구인가. 그런 연결고리를 찾아냈다면 새로 IT 전문 컨설팅펌을 하나 차려도 된다. 아마 대박날거다. 식스시그마는 제대로 배워 '필요한 사람이' '잘 쓰면' 좋은 결과를 낼 있는 훌륭한 툴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처음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완전히 망해버렸다. 좋은 툴이라고 하니 뭣도모르고 생각도 없이 말단 오퍼레이터들부터 모든 임직원에게 죄다 교육시켜버린 것이다. 

 

※ 게다가 제대로된 식스시그마 교육이 아닌 국내 실정을 핑계삼아 대충 짜깁기하여 만들어진 '변질된 한국형 식스시그마' 교육을 만들어 뿌렸다. 가뜩이나 수준 낮은 교육을 어중이 떠중이 아무 강사가 와서 맥락없이 모든 부서의 사람들을 죄다 모아놓고 칠렐레팔레레 교육하였으니 임직원들이 얼마나 반발했겠는가. 결과적으로 삼성에서 수 년 전 해당 툴을 폐기했고, 다른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16년도에 위 글을 쓴 직원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이유를 경영진의 잘못된 처사의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혹자는 경영진이 막나가는걸 직원들이 왜 못 막은거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눈치보며 먹고 살아야 하는 평직원들의 입장에서 잘못된 판단에 대한 직언을 하기 힘든 것을 알아야한다. 그냥 우리나라 기업 구조, 기업 문화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직원들의 부가 축적되어 회사에서 짤려도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바보같은 결정을 내리는 윗분들한테 제대로된 조언을 할 수 있을테지만, 월급은 딱 먹고 살 만큼만 나오지 부를 축적하기엔 불가능하니..   

 

이제 경영진들이고 정신 차렸을 것이라 믿는다. 원래 뒷심이 좋은 회사가 아니던가. 많은 시행착오를 해왔지만 과거 실패의 역사에서 배운 것이 많을 것이다. LG의 스마트폰 사업부가 성공하는 모습을 좀 보고싶다. 힘내라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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