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와 아베의 오판
- 정치와 사회
- 2019. 8. 2.
아베 측근의 말에 의하면 2019년 8월2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시키는 것을 어떻게든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아베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아니, 일본 자체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치밀함을 통해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와 메뉴얼을 짰겠지만 큰 것 하나를 놓쳤는데, 그건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성이다. 국민 정서를 모르고 경거망동 했다가 진퇴양난에 빠짐 셈.
사실 일본은 아직 펀치를 날리지도 않았다. 펀치를 날리려고 전략물자를 가지고 준비동작만 취했을 뿐이다. 그런데 불같이 일어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일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자제 등으로 일본의 급소인 지방 경제에 카운터를 날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본의 메뉴얼에 없었다. 전혀 예견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그래서 일본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당황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인들의 경향을 봤을 때 잠깐 이슈가 되고 말것 같았던 불매가 오히려 점차 거세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유니클로같은 불매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은 국내 철수까지 고려할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크게 놀란 것이다.
현 상황에서 아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관료들의 지령만 기다릴 뿐이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 무능력한 모습 외엔 어떤 업적도 없는 그저 세습직 국회의원일 뿐이었다. 총리자리에 올랐지만 그마저도 관료들이 그려놓은 그림이며 결국 꼭두각시일 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전 세계의 정상들은 이런 배경을 모두 알고 있기에 G20에서 아베를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다. 그와 이야기해봤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2019/07/01 - [Issue] - G20에서 완전히 무시당한 일본, 아베 패싱
현재의 일본은 철저한 관료 중심적 사회이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일본은 관료들을 중심으로 똘똘뭉쳐 국가를 단기간에 부흥시켰는데(한국전쟁을 엄청나게 이용했다) 국가를 정상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관료들은 절대권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권력은 견제받지 못한 채로 현재까지 유지되며 고이고 고여 완전히 썩어버렸다. 일본의 공무원들은 절대 권력을 쥔 채로 무능과 부패의 늪에 빠져버린다.
이런 것을 일본의 국회나 사법부가 견제를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냥 모두가 한통속이다. 일본의 검찰권력 또한 뿌리깊이 썩어 국가와 국민을 유린하고 있다. 일본의 국회의원들과 관료들이 지은 죄들 또한 검찰권력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생하며 일본 국민들의 피를 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몇년전 일본을 뜨겁게 달궜던 아베의 사학비리 스캔들도 그렇게 잊혀져버렸다.
일본의 국회의원들은 선거에 의해 뽑힌 것 같지만 대다수의 자리가 '세습'이다. 현재 일본의 총리 '아베' 또한 세습이다. 일본인들은 권력에 아주 순종적이며, 국회의원 자리의 세습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피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본의 국민들에 의해 결국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이 일본이라는 국가를 마음대로 지배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거의 모든 행동강령(?)은 관료들에 의해 메뉴얼화 되어 있고, 그 메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심지어 산업 또한 그렇다. 메뉴얼에 완전히 길들여진 일본인들은 메뉴얼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 그들과 업무 회의만 해봐도 느낄 수 있다. 일본이 뒤통수를 많이 친다는 것도 그 메뉴얼 때문이다. 그들은 회의 석상에서 말을 굉장히 아낀다. 메뉴얼을 모두 외울 수 없기 때문.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실컷 회의를 해놓고 돌아가서 없었던 일로 하자는 메일이 온다. 메뉴얼을 어기고 창의적인 결정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본인의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2-3차 산업혁명까지는 일본인의 그런 특성들, 잘 짜여진 메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 강점이 되어 공작기계, 소재, 자동차 등의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도록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자 한계에 봉착한다. 개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점차 급변하는 현대 기술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반도체, 게임, IT산업, 스마트폰 등과 같이 메뉴얼이 만들어지기 힘든 신산업들에서 점차 뒤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미국에 의해 잃어버린 20년을 겪어 저성장에 빠진 일본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는다. 일본은 현재 성장동력 자체가 없다. 경제 규모는 크지만 일본의 국가 부채는 GDP의 260%에 달한다. 내수가 좋다? 눈속임일 뿐이다. 일본의 경제는 끊임없이 찍어대는 국채와 수출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국가 부채만 1경이 넘어간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무디스 기준)은 A1(5등급)이다. 우리나라는 AA2로 3등급이고 미국, 독일 등이 AAA로 1등급이다.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일 뿐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실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열정 또한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문화와 기술표준까지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다. 수소차와 연료전지에 관한 기술을 가장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뒤늦게 시작한 현대차그룹에 역전되고 있으며(양산을 먼저 했다) 전기차 또한 그렇다. 일본은 80년대까지 쌓아올린 기술로 현재까지 연명하고 있는 것일 뿐, 절대 모든 것에 뛰어나지 않다. 그들이 만드는 제품들과 서비스를 우러러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한국은 향후 10~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로 변모를 거듭할 것이다. 일본은 50년 이내에 국가의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빠질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76)가 전망한 한국과 일본의 미래이다. 짐 로저스는 극히 일부 사람들에 의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저 말은 99% 맞다. 경제 구조에 통달한 그와 그의 직원들이 일본에 대해 깊이 조사한 후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정확하게 짚었다고 본다.
메뉴얼에 의존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사회 분위기와 썩어버린 정치권력, 멍청하고 부패한 관료들 때문에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은 확실하게 침몰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이 일본이 살아남는 방법은 관료 중심으로 뿌리까지 썩어버린 사회를 뒤엎고 새로 시작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또 한가지 방법은 전쟁인데, 이것마저 불가능하다. 일본 주변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군사대국만 네 개이다. 대한민국,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00년전과는 완전히 다른 구도이다.
현재 수많은 경제학자들(심지어 일본인 경제학자들까지도)은 일본이 자살골을 넣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그나마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에 말도 안되는 싸움을 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아베와 썩은 정치권력, 관료들은 우리나라에 칼을 빼들고 협박을 하였다. 그런데 칼을 빼기만 했고 아직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본인들만 난도질을 당한 꼴이다. 시나리오에 없던 일이라 다시 칼을 거두고 싶지만 이렇게 꼬리를 내린다면 그나마 자신들을 옹호해주던 일본 내 우경화세력들마저 등을 돌릴게 뻔하다. 칼을 넣으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진다. 피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휘둘러야 한다. 그게 내일이다. 아베는 분명 칼을 다시 넣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그나마 하나 살아있는 마지막 명분은 큰 형 미국이다. 미국이 하지 말라면 아마 못이기는척 안할 것이다. 그래서 내일 폼페이오가 온다. 미국을 봐서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 잠정 연기한다는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고 그냥 결정 강행 후 시행까지의 기간동안 뒤엎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미 우리 반도체 공정들은 전략물자 다원화, 국산화 테스트와 개발에 착수했고, 이차전지의 소재-부품들 또한 알게 모르게 국산화를 시작했다. 서플라이체인의 중요한 부분에서 일본 기업들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철회한다고 해도 우리 업계는 다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내일 결정이 어떻게 나던 국민들은 일본 여행을 예전처럼 가지 않을 것이고 일본 제품 또한 그대로 불매운동을 할 것이다.
일본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칼을 휘둘러도 세계적으로 욕을 먹을 상황이고, 칼을 다시 칼집에 넣어도 치욕적인 상황이 됐다. 과거 침략전쟁의 업보가 지금 오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 이슈가 지나면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의 최대 무역흑자국인 미국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가 제대로 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트럼프 정권을 포기하고 다음 정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일본은 호르므주해협에 자위대 함선을 파견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산 품목에 대한 관세 카드 또한 꺼내들었다. 어쩔거냐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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