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의 이케아 크리스마스 트리

넓은 집으로 이사를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거실에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 어렸을 때엔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형편 때문에 못했었고 결혼 후에는 잠시 얹혀 살기도 했었고 분가 직후엔 트리를 꾸미기엔 충분치 않은 면적의 집에 살았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트리의 꿈을 접었어야만 했었다.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작은 소망을 38년만에 이뤘다. 지난 월요일에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달려갔던 이케아 광명점에서 가성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득템한 것. 이걸 사지 못했다면 아마 올해도 트리를 꾸미지 못했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2주도 남지 않아서 그런지, 광명 이케아 그 넓은 매장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죄다 팔려서 샘플 상품들에 품절 표시가 걸려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가려는 찰나, 습관처럼 들렸던 1층 계산대 우측의 알뜰할인코너에 1.4m의 마지막 남은 대형 트리가 딱 서있었던 것. 게다가 가격표를 보니 4,500원이다.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4만5천원이 아니고 4천5백원이라니. 

 

올해 한철 쓰고 버리거나 누굴 줘도 된다는 마음으로 그대로 계산대로 갔는데 4,500원이 맞다. 운수가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바로 집어왔다. 

 

트리와 함께 위에 보이는 왕관 장식도 샀다. 놋쇠(?)로 만들어졌는지 무겁고 단단하고 고급스러운데, 이놈은 3개에 500원이다. 1개에 166원이다. 저 놋쇠를 고물상에 팔아도 50원은 나올 것 같은데.. 너무나 저렴한 나머지 이 오너먼트(?)도 4세트 12개를 샀다. 그래도 2,000원. 큰 트리와 뭔가 있어보이는 장식을 6,500원에 사왔다. 

 

중고나라에서 득템할 때보다도 더 땡잡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품질이 좋았기 때문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옛 말이 무색할 정도로 품질이 괜찮다. 진짜다. 그리고 꽤 크다.

 

우리 귀여운 딸내미와 함께 열심히 왕관 오너먼트를 뜯었다. 트리를 꾸미는 동안 와이프가 없어서 아쉬웠다. 셋이 같이 했었어야 하는데.. 아직 꾸밀게 많으니까 괜찮다.

 

 

 

왕관들을 대충 트리에 걸고 집에 원래부터 있던 앵두 전구를 대충 칭칭 감아봤다. 전구 줄이 너무 두껍고 검어서 악마에게 결박된 나무같지만 그래도 느낌이 있다.

 

'6,500원으로 이정도 효과를 내다니! 대단해!' 

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앵두 전구는 다시 다른데다 돌려놓고, 오너먼트가 부족해서 새로운 걸 사왔다. 이번엔 다이소에서..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준비, 내년 봄 해외여행 비행기표 결제 등으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여기서라도 아껴야 한다.

 

 

다이소에 있는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싼티가 나고 구린데, 유독 이놈만 괜찮다. 대중소 사이즈가 있는데, 중사이즈(3cm) 한 세트와 대사이즈(4.5cm?) 두 세트를 샀다. 다합쳐서 3천원..

 

그리고 열심히 뜯어서 장식을 했다.

 

 

 

오너먼트까지 달고 나니 꽤 그럴싸하다. 이케아에서 사온 트리와 금속 장식, 다이소에서 사온 오너먼트 도합 9,500원으로 그럴싸한 트리가 나왔다.

 

다 꾸미고 나니 느낌상 10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진짜다. 10%의 가격으로 괜찮은 트리가 나왔다.

 

 

그리고 집안에 있던 온갖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들을 매달음. 와이프가 자주에서 사온 500원짜리 인형들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 소라노에서 주워온 솔방울, 또 원래부터 있었던 빨간 장식 몇개를 붙이고 4년째 잘 쓰고 있는 모던하우스에 사온 산타별을 제일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앵두 전구만 사서 감으면 되겠다. 우리 가족의 첫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10,500원을 썼다. 이정도면 대박 아닌가? 앵두 전구도 가성비 좋은놈으로 사서 잘 감아줘야겠다. 이케아와 다이소, 자주의 콜라보가 참 괜찮다. 역시 소품 끝판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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