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논란이 되는 이유
- 정치와 사회
- 2019. 6. 20.
지자체 주관 행사의 김제동씨의 고액 강연료 문제는 논란거리가 많은 주제이다. 시장에서 책정한 강연료인데 이게 무슨 문제가 되냐라는 주장이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게 공무원들과 기획사에 의해서 정해진 시장가라는 것이다. 지급된 강연료의 출처가 일반 기업체의 자금이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발주처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였다는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김제동씨의 3시간 남짓한 강연에 2,600만원 이상의 '지자체 예산'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 시장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고액의 강연료를 제공한 곳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지자체이며, 그 돈을 받은 사람이 주로 사회 문제를 꼬집는 주제의 강연을 하는 김제동이라는 폴리테이너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제동씨의 강연이 연예인의 '행사'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그의 강연 대부분이 '토크 콘서트'라는 강의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 문제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김제동씨의 강의가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100분에 1500만원이면 분당 15만원인데 과연 김제동 씨의 그런 강연들이 그 정도 효용과 가치가 있는 강연이었는지에 대해 듣고 온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내 그릇이 작고 식견이 좁아서인지 일단 나의 사고체계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떤 한 전문분야에서 Top을 달리는 전문가가 '지자체'에서 본인 전문 분야의 강연, 강의를 한다고 해도 최고 수당인 시간당 20만원을 넘기가 힘들다. 보통 시간당 15만원선이다. 예외로 작용하는 엄청난 명사의 경우에도 시간당 50만원이 한계이다. 이건 국가에서 정한 표준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특별히 예외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딱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김제동씨도 연예인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시간당 800만원이 넘는 단가에 강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인데, 이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취업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어 주던가'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는다는 것이 평소 그의 주장과 동떨어진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연예인들에게 세금으로 주는 출연료를 보다 사회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곳에 쓴다면 어떻게 될까?
김제동씨가 충남 아산에서 총 210분간의 강의를 제공하고 받은 2,700만원이면 특정 전문가가 '고급'자격 과정을 돌린다고 했을 때, 시간당 15만원에 하루 8시간 강의를 제공하면 일당 120만원이므로 2700만원/120만원=22.5일, 수십명에게 120시간 이상의 전문가라는 자격 획득을 할 수 있는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
취업 장려를 위해 전문 자격 과정 혹은 그에 준하는 강의를 22일 돌려서 사람들을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나은가, 3시간 반의 폴리테이너 강의를 듣게 하여 마음에 위로나 받게 하는 것이나은가. 이건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나는 전자의 경우가 낫다고 본다.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을 데려다가 실제로 배워야 할 과정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케이스의 어려운 환경에서 취업에 성공한 멘토들을 데려와 경험 전수와 용기를 주는 강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았지만 결국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다.
경력이 단절된 학부모들에게 재취업 혹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줘도 된다. 폴리테이너에게 배정되는 2,700만원의 예산으로 시민들을 위해 훨씬 더 많은 강의 혹은 스피치를 기획하여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김제동씨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원천적으로는 이렇게 예산을 배정하고 계약한 공무원들의 문제가 본질이다. 연간 배정된 예산을 한 번에 털기 위한 계약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같은 돈을 쪼개면 본인들이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지니 유명한 폴리테이너 혹은 정치인, 연예인들을 불러와 예산을 쉽고 빠르게 소진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 이 내용은 뒤에 좀 더 적기로 하겠다.
이건 김제동만을 욕할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가 활동을 하여 번 돈을 본인 모교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일부 환원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기부액이 40억이 넘어가는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이건 정말 훌륭한 일이다.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엔 스스로 역부족이라고 느껴 본인이라도 눈먼 돈을 받아서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개인적 차원의 선의가 '옳지 못한' 시스템에서 창출된 것이라면 이 '망가진' 시스템을 더욱더 고착시켜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본인만 깨끗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세금이 사용된다면 그가 주장하는 것과 정반대의 양극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제동씨의 선행 덕분에 시장 가격을 아득히 넘어선 강연료를 받는 다른 연예인 혹은 정치인, 폴리테이너들 또한 본받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어린 학생들을 위한 기부를 하고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물론 그들이 이뤄낸 업적을 사회에 환원할 당위성은 전혀 없다. 세금으로 창출된 강연료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개인적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 오히려 이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사실 평소 김제동씨의 말대로라면 지자체 세금으로 본인같은 연예인 동원 강연에 큰 돈을 쓴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거부해야 했다.
높은 단가를 꼬집으며 공무원들의 세금 사용에 대해 통렬하기 비판을 하고 대중에 고발했어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 세금을 고스란히 챙겼다.
김제동씨 및 이런 강연를 기획한 지자체 담당자와 승인한 지자체의 장들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각종 행사를 본인들의 기획력을 통해 성공시키고 장기간 롱런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데, 오로지 단기적인 흥행만을 위해 연예인들을 부르다보니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는것 아니겠는가. 교육부에서 내려온 1억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나? TV에서도 오질나게 보는 연예인들의 강연을 굳이 지자체 주관의 강연에서 혈세를 퍼 부어가며 또 들을 필요가 있는가?
이 논란은 공무원들의 무능과 업무 태만, 성과 안일주의에 기반하며,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타협한 폴리테이너 김제동씨의 종합적인 문제이다. 보수(극우) 언론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에서 시작된 논란이긴 하지만 정치 문제, 진영 논리를 떠나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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