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보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일본의 반도체 관련 물품 수출규제로 인해 뜨거운 이때,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백기사(白騎士, White Knight)를 자처하고 나서 화제다. 러시아는 강한 이미지의 일반인들이 벌이는 수많은 웃긴 일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에서는 짤방으로 그 이미지가 많이 소모되고 있지만 기초과학과 공학이 발달한 초강대국이다. 그런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걸 써볼까 한다. 

 

러시아-삼성-LG-현대차-대한민국

 

때는 2015년,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의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엑소더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을 접고 다른 나라들로 철수하는 것. 14-15년 당시 떠나거나 러시아 內 영업을 포기한 기업들이 푸조-시트로엥, 미쓰비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폭스바겐, GM, 애플 등이다. 

 

러시아에 진출했던 전 세계의 기업들이 철수하거나 판매 모델과 조달 물량을 줄이며 가뜩이나 안좋은 러시아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 

 

그런데, 

 

영어는 그냥 내가 대충 쓴거임

 

이때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 환율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고 마케팅을 강화하여 탈러시아를 선언한 기업들의 마켓 쉐어를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현지 생산공장까지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래서 러시아 쪽에선 한국 기업들은 '의리'를 지키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거의 국민 브랜드가 된다. 심지어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가전제품 중 어떤 브랜드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러시아인의 99.3%가 LG전자를 택하는 기염을 토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러시아 내에서 문화, 예술, 교육 등 전분야에 걸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 또한 알려지며 현지인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 또한 여전히 좋은 것.

 

 

 


 

이제 더 옛날로 돌아가보자. 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모든 외채 지불을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었다. 당시 잘나가던 소니, 파나소닉 등의 일본기업들은 더 손해 보기 전에 러시아를 떠나자며 앞다퉈 짐을 챙겨 철수했다. 그당시 끝까지 남은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 뿐. 

 

당시 러시아 최대의 컴퓨터 판매업체인 비스트(Vist)사는 삼성전자로부터 모니터를 외상으로 600만 달러어치를 구매했었다. 국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인해 돈을 갚을 방법이 없던 비스트는 갖고 있던 6층짜리 사옥을 외상 대신 삼성전자에게 주기로 했는데 여기서 삼성의 전설이 시작된다.

 

5년 안에 외상대금을 갚으면 되돌려주겠다. 그동안에는 이 건물에 손대지 않겠다.

 

삼성전자는 비스트가 그대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스트의 사무실로 쓰도록 했고 건물 관리 또한 그대로 맡겼다. 심지어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입도 챙기지 않았다. 다행이 고유가 덕분에 러시아 경제도 되살아났고, 모스크바의 부동산 가치도 몇배로 올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 건물을 팔지 않았는데, 

 

우리는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 (외상 대금을 받으면 건물을 돌려주겠다는)약속을 지킨다.

 

라고 한다. 결국 비스트는 약속 기한 직전 극적으로 모든 돈을 갚고 건물을 찾아갔다. 러시아의 비스트와 한국의 삼성의 약속이 결국 이뤄진 것. 

 

러시아의 비스트(지금은 없어짐) - 한국의 삼성의 의리

 

본 일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를 믿고 함께한다는 사실을 러시아의 전자유통업체들은 지금도 알고 있다. 그 당시 가장 먼저 짐을 싸서 떠났던 일본 전자업체들은 러시아 경기가 좋아지자 슬그머니 되돌아왔는데, 이런 사실 또한 알려지며 러시아 내에서 기회-실리주의자의 포지션을 확보한 일본과 극적인 대비가 되었다. 이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사랑받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런 과거의 의리 경영이 2019년 현재 한일갈등 중 러시아의 불화수소 공급 제안까지 온 것이 아닐까? (물론 아주 단편적인 감정의 흐름에 따른 순도 99.999% 뇌피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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