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무궁각 도가니탕의 엄청난 양(量)

안성시의 모 기업에 출장을 갔다가 무궁각이라는 유명한 음식점에 다녀왔다. 나는 곰탕류 특유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에서 다른 음식 대비 건강에 도움이 될 것도 없다는 것을 수없이 읽었기 때문에 건강 측면에서도 즐기지 않는다. 내돈내고는 절대 먹지 않았을테지만 회의에 참석한 인원 전부가 함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었다.

 

무궁각은 회의장소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가면서도 혀를 끌끌 찼다. 차를 끌고 무척 외진 시골길을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무궁각까지 가는 길에는 제대로된 도로가 나있는 것이 아니다. 양뱡향 운행이 불가능한 시골 뚝방길같은 길을 달려야 하는데, 무궁각에서 나오는 차와 그 길에서 만나면 매우 난감해진다. 어느 한쪽이 양보해줘야 하는데 한창 후진을 해야 하기 때문. 

 

내가 곰탕을 먹으려고 이 고생을 하면서 가다니..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무궁각

호스트에게 들었는데 여긴 예약 없이는 주문을 못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성 무궁각의 주차장은 곰탕/도가니탕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유명한 맛집이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궁각의 건물들

그런데 식당 건물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건물이 많은데 이게 다 식당인가? 그냥 가정집일 수도 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메인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은 위의 보이는 검정색 세단 두대의 앞에 있었는데, 거긴 이미 만석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여기가 메인 식당

건물이 참 독특하다. 벽돌, 시멘트, 나무, 글라스와 지붕의 요상한 슬레이트가 어색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지붕 아래의 처마를 연장하기 위한 저 패널(Panel)들만 없었으면 그래도 괜찮은 디자인의 건물이었을텐데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디자인 보다 실리와 기능, 건물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선택했나보다. 

 

건물 맞은편으로 보이는 풍경

무궁각 건물의 맞은편에는 논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모내기를 하던 시기였던 것 같은데.. 여긴 봄 여름에 가는 것 보다는 가을에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약간 추워야 탕류가 더 맛있기도 하고. 그리고 가을 추수기 시즌에 오면 논이 금빛으로 물들어있지 않을까?

 

 

 

 

안성 무궁각의 목조 주택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이런 지붕을 가진 공간이 나왔다. 목조 주택이라니 신기하다. 나무를 보니 왠지모를 시원함이 느껴졌었는데 알고보니 에어컨을 굉장히 세게 틀어놨기 때문에 그냥 추운거였다.

 

메뉴판

메뉴판에는 곰탕, 꼬리탕, 도가니탕, 수육, 소주, 맥주, 백세주, 음료수가 전부였다. 말을 들어보니 여긴 점심장사밖에 하지 않는다. 예약을 안하면 못오기도 하고 예약도 오후 짧은 시간대 외에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 가격은 꽤 비쌌다. 난 도가니탕을 시켰는데 15,000원이었다. 

 

고기는 국산이 없다

 

미국, 호주, 멕시코산 소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의 소보다 호주의 소가 더 제대로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 먼길을 뚫고 예약까지 잡아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간 고기가 죄다 미국산이라니. 건물도 완전 전통가옥처럼 생겼고. 국산이라고는 술과 쌀 고추가루 깍두기 뿐이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음식이 나온 직후 모두 사라진다.

 

도가니탕

도가니탕이 나왔다. 그런데 도가니탕에 이렇게 많은 도가니가 담겨 있는 것은 정말 처음봤다. 「여긴 '맛' 때문에 유명한 곳이 아니라 '양'때문에 유명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도가니가 내 앞에 놓였다.

 

어느정도였냐면 이 양을 보니 쌀밥을 같이 먹으면 도저히 다 못먹을 것 같아 밥공기는 치우고 도가니만 집중공략했는데도 남겼다. 다 못먹었다. 도가니탕의 맛이 입맛에 맞지 않고 원산지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치더라도 도가니의 양에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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