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토대 위에 설계됐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없이는 자본주의가 돌아가지 않는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에선 존재할 수가 없는게 자본주의다. 이는 '산소가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라는 수준의 기본 상식이며 2천년전부터 내려온 경제원리이기 때문에 현대 모든 정상적인 국가는 감당 가능한 물가상승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혹여나 디플레이션이 예상될 경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인플레이션 촉발을 유도하는게 각국의 정부들이다.
코로나로 경기가 위축될까 두려운 정부들의 금리인하와 현금살포는 문명발전의 원동력인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행동이었고, 최근 벼락거지란 말이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거다. 통화(=현금)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자산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 통화량이 팽창하는 시기에 부동산, 주식, 생산수단 등의 자산이 아닌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은 도둑놈이 내 재산을 매월 가져가도록 허락해주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당연한 상식과 경제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죽을때까지 남들을 위한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자식들에게 가난DNA와 빚더미만을 물려주며 가는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번 정부는 뛰어가는 부동산을 '(못 뛰어가게)잡겠다'고 했지 '하락시키겠다'라고 하지 않았다. 세련되지 못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에 오히려 부스터를 달아준 꼴이되긴 했지만 애시당초 목표는 '안정적 상승'이었다. 부동산의 하락은 경기침체-디플레이션과 커플링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함부로 하락을 유도하긴 어렵다. 정부의 메세지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행동한 사람들은 이번 턴에 크게 돈을 벌었다.
하지만 아직 전반전이다. 끝난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글로벌 화폐살포와 저금리의 영향이 덜 묻은 저평가된 자산을 확보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은 미국의 계획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23년까진 유지된다. 3년 후 벼락거지를 면하려면 지금 해야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 디플레이션의 영향 쉽게 이해하기
물가가 하락하는 시기엔 내가 살 물건들이 시간을 기다리면 더 저렴해진다는 심리가 깔리게 되어 사람들이 소비를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면 현금이 돌지 않아 수많은 기업이 망해나간다. 물건을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으니 생산자들은 투자를 멈추게 되고,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거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급여가 사라진 노동자들은 더욱 소비를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스댕데일리붇#25 벼락거지 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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