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계와 신축아파트

리처드 도긴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우리 신체를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라 정의한다. 우리가 조금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집에 살려는 이유 또한 '생존' 때문이다. 우리의 유전자 복제라 할 수 있는 자녀들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득바득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거다. 이건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도 눈치재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유전자 보존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다. DNA에 새겨진 본능이라 할 수 있겠다.

 

일조, 통기, 교통, 교육 등 정주요건이 좋은 충분히 넓은 새 집에 살고 싶어하는 것 또한 생존을 위한 본능에서 발현되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것 역시 직장과 주거가 멀어질수록 주 소득원의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나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아지니 유전자의 보존에 불리해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의 트렌드는 어쩌면 '생존트렌드'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 중에서도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여기에 '보안', '공동체를 통한 안전' 등의 가치가 추가됐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안쪽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그 전에 지어진 아파트들보다 확실히 안전하다. 발전된 경비시스템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입주민들을 보다 안전하게 지켜주고,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아 자녀들이 마음놓고 단지 내에서 뛰어놀게 할 수 있으며,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의식주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주거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입주민 커뮤니티의 발전은 '튀고 싶어하는 사람들' 조차 사회적 눈총의 다구리를 피해 알아서 겸손하게 살수있게 만들어주니, 신축 아파트 입주민 모두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저절로 조성된다. 위에 적은 것 이상의 여러 이유로 인해 신축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양질의 주택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신축이나 학군지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좋은 곳에 큰 돈을 지불하고 들어가려 하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안전하다고 소문난 곳의 입장료는 더욱 비싸질거다. 공공이 해야할 일은 양극화를 최대한 늦추면서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예상하고 대비하는게 책무일거다. 같이 살기 싫다는 사람들을 굳이 억지로 믹스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25번째 대책 후속 기사

사진을 클릭하면 기사로 넘어갑니다

 

스댕데일리붇#60 생존기계와 신축아파트

Mr. Big - Stay Together (MV)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