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쿨프렙산 복용 주의사항과 잘마시는 방법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새벽 4시32분. 그렇다. 나는 대장내시경을 위해 지옥의 약 쿨프렙산을 먹고 있다. 8분 있다가 500ml를 또 마셔야 한다. 정말 지옥같다. 어제 밤 9시 쿨프렙산을 복용하기 전에는 그래도 대장내시경만 끝내면 맛있는것도 먹고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식욕이 전혀 없고 저 쿨프렙산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기만을 열망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글을 끝내기도 전 또 흰색 악마의 물통에 500ml의 약을 타고 괴로워하며 먹고 있겠지.

시간아 천천히 좀 가줄래?

 

후.. 

 

그래도 과거 대략 7년전 복용했던 불지옥 대악마 디아블로가 만든 초악마의 약 '코리트산'보다는 낫다. 코리트산을 먹을 땐 물을 4리터나 먹었어야 했으니까.. 게다가 맛도 쿨프렙산이 더 낫다. 소비자들의 열화와 같은 VoC를 적극 반영하여 쥐꼬리만큼 개선된 약이 이 쿨프렙산인가보다. 나름 포카리스웨트 맛도 나긴 하니까. 누구 말대로 목넘김이 훨씬 좋다. 그리고 4L가 아니라 3L만 마셔도 된다는 점이 참으로 위안이 된다. 

 

쿨프렙산 복용 시 주의해야할 점은 딱 하나다. 사실 병원에서 주는 메뉴얼대로만 하면 되는데, 알려주지 않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어 이렇게 포스팅을 하는거다.

 

코리트사 만든 회사랑 같은회사 아니여 이거?

 

나는 8시반으로 예약을 잡았는데 빨리올수록 좋다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용인세브란스헬스체크업에서 며칠전 그러더라. 7시반까지 오라고.. 그래야 빨리 끝난다나.. 그런데 쿨프렙산의 복용 시간은 메뉴얼 대로라면 아침5시, 아침5시반. 내 경험에 의하면 5시 반에 복용을 마칠 경우 8시반까지 화장실에 가야한다. 

 

그런데 7시반까지 병원에 오라고?

 

그렇다면 나는 건강검진을 하는 도중 화장실에 몇번을 다녀와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아니면 가는 도중 택시나 버스에서 곤란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간 당긴 4시에 일어나서 복용중인거다. 사실 이것도 불안하다. 3시에 일어나서 마실걸..

 

아..

이와중에 또 약먹을 시간이 됐다. 약을 타왔다. 다시 250ml를 마신다. 맛도 기분도 참 뭐같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이미 괜찮던데.. 

 

 

위안을 받기 위해 쿨프렙산보다 더 별로였던 코리트산 4리터를 마시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분명 그때가 더 안좋았음을 머리가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 닥친 현실은 이런 위안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안좋다면 과거와의 상대적 비교 따위는 전혀 필요가 없는 거다.(뭔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인데. 잘 살자..)

 

암튼 장은 이미 깨끗하게 비워진 것 같다. 어제는 아침에 떡국에 들은 떡만 먹었고 점심엔 이케아에 가서 두부랑 쌀밥만 조금 먹고 말았기 때문이다. 딸래미는 까르보나라에 닭다리를 뜯고 와이프는 김치볶음밥을 먹는데 정말 부러웠다.

 

대장내시경 전날은 흰죽만 먹으래는데 그렇겐 살수 없다.

흰죽은 이 약만큼이나 싫다.

닭죽이면 몰라도...

 

그냥 기름지지 않은 부드럽고 맛있는거 먹으면 된다. 해조류/고추가루/기름진거만 아니면 되니까. 

 

 

3일전부터는 깨, 고추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너무 가혹한거 아닌가. 이제 2일로 줄여주라. 사실 3일전에도 깨 빼곤 그냥 먹었다. 쿨프렙산의 위력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코리트산 시절에도 그랬다. 생각해보니 7년전엔 4리터를 다 마시진 못했었다. 마지막 500ml는 포기하고 갔던 기억이.. 그래도 깨끗하게 잘 비우고 왔다고 칭찬받았었다.

 

내가 왜 이런글을 쓰냐면 지금 남은 200ml 정도의 약이 먹기 싫어서 그렇다. 하.. 죽겠다. ㅅ발.. ㅠㅠ 부디 대장에 아무 일이 없길 바란다. 뭔일이 있으면 이걸 또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시술은 무섭지 않다. 악마의 약 쿨프렙산을 또 다시 마셔야 한다는게 무서울 뿐이다. 

 

신이시여.. 

 

 

(대장내시경 하고 온 후기)

언제나처럼 입에 호흡기를 물고 잠깐 잤더니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이 끝나있었다. 다행이다. 용종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건강 잘 지키며 살아야지. 이 약을 다시는 먹기 싫으니까~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