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수술 후 1년 재활운동과 풋드랍(족하수) 극복기

시간이 참 빠르다.

추간판 제거 수술을 한지 벌써 1년이 지나다니.

수술 후 1년동안 내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재활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디스크의 발병

30대 초중반 여의도에 살때 새벽 출근 전 내 차 앞을 가로막고 있던 이중 일렬주차된 자동차를 치우기 위해 밀다가 허리에서 뭔가 뚝 소리가 나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이 왔다. 그땐 디스크가 튀어나온게 아니었다. 섬유륜이 찢어진거라고. 똑바로 서지지가 않는다. 거울을 보면 허리가 틀어져있다. 이런건 소염제 근육이완제를 한 3일 먹으면 저절로 낫는다. 그런데 이게 독이었다. 1~2년에 한번씩 발병했는데 이게 조금씩 조금씩 디스크를 보호하던 막이 망가지던 것이었다고.

 

망할 여의도

 

 

2. 디스크의 심화

코로나 때문에 1년정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싸구려 의자를 사용했는데, 이때 허리가 급격히 안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그당시 캠핑 좀 다녔는데, 안좋은 자세로 구부려서 일을 많이 하고 무거운걸 많이 들었는데 그때쯤 부터 좌측 허벅지 뒤쪽에 감각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햄스트링이 파열된줄 알았는데 그게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던 거였다.

 

 

3. 심각한 문제 

감각이상이 오고 허벅지 뒷편이 아파서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도수치료를 받았다. 도수치료사가 전문적인 것 같았지만 완전 사이비였고 그분이 뭔가 잘못 누르는 바람에 처음으로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게 방사통이었다. 방사통이 시작된 후 척추전문병원에 방문하여 신경차단주사를 맞았는데, 그걸 맞으니 안아프더라. 안아파진게 문제다. 무리를 하게 되더라. 그러다가 제대로 터져서 너무 심한 방사통에 잠도 못자고 침대에서 누워 1달간 생활을 했다. 근육이 다 빠졌다. 일어설수조차 없었다. 샤워도 못했고 밥먹으러 식탁에 가지도 못했다. 다리가 너무 아파 1분도 서있기 힘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4. 원인과 결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으로 극심한 다리통증(방사통)이 왔음에도 비수술적 치료가 좋다고 2달을 주사맞으며 버티다 요추5번 천추1번 디스크가 대량으로 흘러내려 왼쪽 다리 신경을 찍어눌렀고, 그대로 족하수가 온거다. 그정도 통증이 왔으면 수술을 했었어야 하는데 척추질환 카페의 비전문가들 말을 듣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더 안좋아졌다. 족하수(풋드랍, foot drop)은 운동신경 마비를 뜻한다. 나는 엉덩이부터 허벅지 바깥쪽, 종아리 바깥쪽, 345번 발가락에 마비가 왔다. 마비의 가장큰 증상은 까치발이 안되는 것. 오른쪽 발로는 까치발이 되지만 왼쪽 발목에는 힘이 안들어가 까치발이 안된다. 발목이 바로 주저 앉았다. 연대세브란스 병원 교수님이 보시더니 바로 수술해야 한다고 입원 다음날 수술을 잡아주셨다. 수술명은 미세현미경 추간판 절제술이었나.   

 

보라색 선으로 그린 신경이 눌려 전부 마비가 옴

 

 

5. 수술 후 2달

수술 후에는 1달정도 복대를 차고 조심히 살았다. 이때 복대를 차고 의자에 앉아 정부과제 제안서를 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쳤었던 것 같다. 그와중에 또 2개나 선정되서 사업을 수행하러 다녔었다. 그리고 이때 그렇게 좋다는 명품의자 허먼밀러 뉴에어론 풀패키지를 구매한게 집에 도착했었다. 지금도 그 의자에 앉아있다. 의자는 좋은걸 써야한다.. 디스크 환자라면 특히 더. 1달 후 복대를 풀고 집앞 냇가를 걷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점멸등이 끝날때까지 시간을 다 쓸 정도로 걸음이 느렸다. 엉덩이 근육부터 발목근육까지 모두 마비가 왔기 때문에 많이 절었다.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에 쥐가 나고 통증이 왔다. 수술이 잘 안된건가 싶기도 했다. 병원에서 준 약을 계속 먹었다. 그냥 이악물고 걸었다. 다리를 전다고 창피한 것도 없었다. 오로지 낫는 것 말곤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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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재활 6개월

냇가 산책로에 가서 계속 걸었더니 처음엔 3천걸음도 제대로 못걸었던 내가 6천걸음 8천걸음까지 걷게 되었다. 하지만 걸음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산책로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할머니들에게도 다 따라잡혔다. 아무리 용을 쓰며 걸어도 앞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더라. 여전히 발목에 힘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엉덩이근육과 허벅지근육은 어느정도 돌아와서 걸음에 속도도 붙었고 다리를 저는 것도 좀 줄었다. 이때쯤 침대도 바꿨다. 집에 있는 싸구려 매트리스에서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픈데 호텔에서 가서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별로 안아프고 개운하더라. 호텔 침대에 대해 문의해봤더니 시몬스거더라. 시몬스 매장에 가서 디스크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경도의 침대를 달라고 해서 그자리에서 돈천만원을 결제했다. 36개월 무이자 할부가 되서 다행이다. 지금도 할부를 갚고 있다. 이때쯤 처음으로 호텔 수영장에 다녀왔다. 수영은 잘 되더라. 참고로 허리에 무리가 가는 접영과 평영은 안하는게 좋다. 배영이나 자유형을 살살~ 평영을 하고 싶으면 허리에 무리 안가게 다리도 살살차고 머리도 너무 들지 말고 그럼 된다. 접영은 절대 금지. 

 

작년 봄부터 올해 봄까지 수백번을 걸은 집앞 산책로

 

 

7. 재활 10개월

재활이라고 해봐야 좋은 침대에서 자고, 좋은 의자를 쓰고, 최대한 앉지 않고, 그냥 계속 걷는 것 말고는 없다. 일상생활은 잘 했다. 운전도 하고 전철도 타고 다니고. 그래도 10개월차가 되니 걷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리고 한번에 1만걸음 이상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2만 3만걸음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걸으면 무릎이 아프더라. 그래서 적당히 1만 걸음 정도만 걸었다. 산책로의 사람들을 이제 내가 따라잡는다. 걸음이 느린 분들은 제끼고 간다. 가끔 찌릿찌릿한 아픔이 오는데 그게 신경이 살아나는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풋드랍은 회복되지 않았다. 아, 좀 나은 줄 알고 짝다리를 짚은 상태에서 3일간 강의를 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다. 처음으로 다시 아팠다. 짝다리가 굉장히 안좋은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 절대 짝다리로 서있지 않는다. 

 

사진출처 : 유튜브 설명요정데이브. 짝다리를 짚고 서있는건 허리에 정말 좋지 않다

 

 

8. 재활 12개월 

어? 발목에 힘이 약간 돌아왔다. 벽을 잡고 두발로 까치발을 섰다가 오른쪽 발목에 힘을 빼면 왼쪽 발목이 그대로 주저 앉았었는데 이제 약간 버텨지는 느낌이 온다. 사실 평생 풋드랍이 온 채로 살아야 하는줄 알았다. 발목 힘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힘이 돌아오지 않고 이대로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 재활운동 핑계로 많이 걷고 살면 적어도 심혈관계 질환은 예방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수술한지 딱 1년이 되는 지금 발목의 힘이 돌아오는게 느껴진다. 다섯발가락 벌리기도 잘 안됐었는데 예전보다 좀 더 벌어진다. 몸이 낫고 있긴 한가보다. 그렇게 걸었던게 많은 도움이 됐나보다. 사실 매일 밤낮으로 걸으면서 귀로는 경제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주로 들었는데 그게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운동하면서 지식도 쌓고 투자도 병행되니 얼마나 좋은가. 출퇴근도 일부러 서현역에서 내려서 판교 테벨까지 걸어간다. 

 

 

 

9. 향후 계획

재활때문에 시작한 산책 및 도보출근이 이제 일상이 됐다. 계속 걷다보면 언젠간 발목힘이 완전히 돌아오겠지. 돌아올때까지 걸을 생각이다. 요즘 마비가 온 발목에 안오던 쥐가 자꾸 나는데, 이것도 힘이 돌아오는 신호라고 생각된다. 그쪽에 저주파 자극기를 가져다 대면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요즘은 느낌이 오더라. 신경이 좀 살아났나보다. 운동화는 따로 사지 않았다. 8년전 산 나이키 운동화랑 3년전에 사놓은 아디다스 ZX 운동화가 걷는데 너무 편해서 번갈아가며 신는다. 이대로 살면서 18개월째, 24개월째 후기를 더 올릴 예정이다. 그땐 풋드랍이 더 좋아졌길 바란다. 완전히 나은 후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 풋드랍 환자들에게 중요한 마음가짐 

 : 좌절하지 않는 것.

   '뭐 안고쳐지면 이대로 살지~ㅋ'

   이런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18개월차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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