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걸지도.

멘탈이 나가고 나니 회복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립니다. 그동안 하던 투자와 활동들을 어느 정도 내려놨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고,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서 빈둥대는 시간을 일부러 늘렸습니다. 그동안 살던 방식과 많이 달라 처음엔 많이 어색했는데 그래도 일주일이 지나니 좀 적응이 됩니다.

 

산책을 하며 음악 다음으로 많이 들은 것은 유튜브의 '마음챙김' 관련 영상들입니다. 주로 정신과 선생님들이 강연 혹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참 좋더라구요. 그중에 어제 들은 내용이 괜찮은 것 같아 이렇게 또 키보드를 잡게 되었습니다. 

 

제가 번아웃이 온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저를 스스로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이라고 여겼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들이 너정도면 됐다고 해도 부족하다며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몰아세운 것이죠. 시선이 너무 미래로 가있는 바람에 마음에서 오늘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고, 막연한 미래의 걱정을 마음속에 품고 살게 된 겁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접한 뒤로 생긴 일종의 강박인것 같습니다. 그렇게 8년을 살았더니 마음이 견딜 수 있는 총량의 한계가 온 것이죠. 질량 보존의 법칙마냥 마음도 견딜 수 있는 총량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무너짐 후 고통을 겪으며 든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목표하는 '경제적 자유'란 실제로 있는 것인가. 어쩌면 허상이 아닐까.

 

그 와중에 어제 들은 마음건강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교수님게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동기부여 측면에선 보기 좋고 예쁜 말이지만 이 단어에 너무 얽매이면 현재의 즐거움보다 미래만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면서 행복 중독과 같은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 말씀대로 저는 경제적 자유라는 더 강력한 즐거움만을 힘겹게 좇아 오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을 텐션을 높게 유지하며 지냈더니, 반대급부(어떤 일에 대응하는 이익. 대가)로 한번에 무너진 것이죠.

 

전투 중인 병사는 총알에 맞아도 긴장으로 혈관과 근육이 수축되어 피를 덜 흘린다고 합니다. 멀쩡한 줄 알았는데 전투가 끝나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과다 출혈로 위독해지는 상황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요, 이게 우리의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땐 현재 이뤄놓은 재산 정도만 있으면 너무 행복할것같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지금은 또 다른 부자들과의 비교를 하고, 먼 미래의 안 좋은 경제상황의 '나'를 상정하며 다음 단계의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자 내달리고 있습니다. 아마 제 타깃이 된 부자들 또한 비슷할 상황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적 자유란 죽기 전에 오는 것인가? 진정한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 것인가?

 

매사에 경제적 긴장을 하며 살다가 어떤 계기로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몸의 병보다 무서운게 마음의 병입니다. 제 블로그의 글에 영향을 받으시는 분들이 저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어떻게든 이 또한 지나가고 이겨내겠지만(혹은 흘러가겠지만) 기왕이면 안 겪는 게 낫습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주는 강박에서 벗어나 미래를 좀 낙관하고 현재를 즐기며 편안하게 사는 것도 좋은 삶의 방식인것 같습니다.   

 

완전한 행복, 사랑, 자유가 존재할까, 그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삶의 지향점으로서 의미는 있지만, 완벽한 자유가 성공 기준이 돼버리면 내 삶은 항상 부족하고 뒤처져 있다고 느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자유는 행복 중독이 이름을 바꾼 유사품 아닌가 싶다. 경제적 여유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일 수 있는 건 분명하지만, 역으로 그 때문에 자유를 잃고 얽매이는 경우도 수없이 본다. 유산으로 줄 자산이 없는 부모도 마음이 불편하지만, 유산 싸움을 바라보는 자산가 부모의 마음이라고 더 자유로울까.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었다는 고민을 접한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데 손절 시기를 놓치다 보니 의지와 상관없이 장기 투자자가 되어 오히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실제 자산 수준과 상관없이 ‘부자의 마음’으로 투자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부자의 마음이란 뭘까. 목표에 대한 집착이 아닌 여유가 아닐까 싶다. ‘경제적 자유’란 말 속의 두 단어를 분리해 보길 권하고 싶다. 소중하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삶의 가치인 ‘자유’를 ‘투자’나 자산 증식과 지나치게 연동시키면 내 삶을 자유보다는 불안 쪽으로 몰고 가기 쉽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11/23/IVL4I5ZNDNBNVMWQYR3HVZ6PH4/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81] ‘경제적 자유’는 ‘행복 중독’의 유사품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81 경제적 자유는 행복 중독의 유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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