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Q-Pass 덕분에 또 하나 제대로 깨달았다 (투자글 #161)

오랜만에 캐리비안베이에 다녀왔다. 거기 인기 어트랙션 중 메가스톰이라는 놈이 있는데 워낙 수요가 몰려 대기줄이 무려 2시간 40분이더라. 그래도 워터파크에 갔는데 워터슬라이드류 놀이기구 하나 정도는 타는게 맞는 것 같아 딸내미, 와이프와 함께 메가스톰을 타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인내심을 기른다며 세시간 가까운 시간을 생으로 기다려서 탔을 거다. 그런데 오늘(일요일)밤은 처리할 일도 많고 중요한 회의까지 두개나 있어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캐비패스(에버랜드로 치면 Q-Pass)라는걸 7만 얼마를 주고 끊어 기다리는 사람들을 다 제끼고 꼭대기까지 바로 달려가 5분만에 타고 내려왔다. 

 

왼쪽이 Q-Pass 오른쪽이 기다리는 줄. 내사진은 아님

 

타고 내려오니 어트랙션 자체의 매력보다는 투자와 삶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많이 든다. 오전 11시쯤 탔는데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각이 오후 11시.. 무려 12시간째 계속 드는 생각이다. 오늘 우리 가족은 돈으로 시간을 산 거다. 이론으로나 떠들던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사실을 이렇게 생생하게 느낀 것 처음이라 이런가 보다.

 

기다리는게 말이 3시간이지 우리 가족 인원 수인 3명을 곱하면 무려 9시간이다. 돈으로 기다리는 시간을 삭제하고 얻은 가치는 다음과 같다.

 

① 3시간을 기다렸다면 우리 가족 모두 짜증이 엄청 났을 것이다. 캐비패스 덕분에 워터파크에서의 신나는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② 기다리는 시간을 아꼈기 때문에 그렇게 확보한 3시간 동안 유수풀, 파도풀, 다른 워터슬라이드 들을 지칠때까지 맘것 탈수 있었다

③ 결과적으로 4시쯤 모두 행복한 상태로 몸이 지쳐 계획했던 시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나는 저녁에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일들에 차질없이 몰두할 수 있었다. 8만원을 써서 수백만원을 번 셈이다.

 

과거 나는 모든 줄을 무조건 기다렸다.

 

Q패스나 캐비패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돈의 귀함을 모르는 졸부들이라며 혀를 끌끌 찼었다. 회사에서의 노동 말고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무경험 바보의 짧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참 부끄럽다. 이걸 깨닫는데 경제생활을 시작한 후 15년이나 걸린 셈이다.

 

글밥만 너무 많아 허전해서 에버랜드 짤붙임

 

인내는 무조건적으로 먼저 체득해야 하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돈으로 살수 있는 종류의 인내라면 먼저 제대로 공부하고 경험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획득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잘만 선택하면 몇만원, 몇십만원의 돈으로 다른 사람들의 수십년의 시간을 살수도 있으며, 그들의 과거 경험이 내 주특기와 융합되면서 더 큰 부가가치가 유발되곤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높은 부가가치에 내 시간을 쏟는 것이 현명한 것이고.

 

그런데 이걸 딸내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긴 하다. 저친구는 기다리는 법도 배워야 하고 돈을 써서 시간을 사는 것도 배워야 하는데, 이게 상충이고 모순이라..

 

 

* 오늘 이후 확실히 바뀐 것 몇가지

1. 앞으로는 놀이동산에 가면 반드시 Pass를 구입할 것이다.(가장 중요ㅋ)

2. 투자/사업 선생님들의 강의를 많이 들어야겠다. 책도 가열차게 더 사서 읽어야겠다.

3. 우리에게 들어오는 노동력 기반 수주 건들을 주변에 넘기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하여 플랫폼 기능을 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겠다. 올 2-3분기에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고 모두가 행복한데다가, 자꾸 만나니 새로운 일들이 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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