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불화수소 팩트체크(한겨레 vs 조선)

아베 정권의 반도체 관련소재 수출규제에 의해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초고순도 불화수소(고순도 불산, HF)를 우리의 '불곰국' 러시아에서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이를 처음 보도한 곳은 한겨레. 한겨레 기사를 보면 러시아산 불화수소가 일본보다 순도가 높다고 나오는데 이는 진실일까? 팩트체크를 해보자.

 

※ 참고 : 난 한겨레와 조선 둘다 너무 양 극단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 둘 모두 싫다.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음. 그리고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님. 친일, 친북 다 싫고 극좌, 극우 모두 싫음. 제일 싫어하는게 편갈라 싸우는 사람들. 아베 김정은 시진핑 다 졸라 싫고 포퓰리즘적 정책도 싫으며 현재 부동산 관련 정책 또한 정말 싫은 자본주의 노예임. 

 

일단 한겨레와 대척점에 서있는 조선일보에서는 러시아 불화수소는 일본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고순도 불화수소 한겨례 vs 조선일보

 

조선비즈의 기사 내용을 보면, 일본에서 생산하는 불화수소의 순도는 ‘트웰브 나인(99.9999999999%),-9가 12개’에 달한다고 쓰여있다. 이런 순도의 불화수소는 일본 말고는 만들지 못한다는 말인데, 이건 정말 헛소리라고 보면 된다. 왜냐면 저 수치때문.

 

조선비즈 기사 캡쳐. 공학으로 구라치면 큰일난다.

 

일단, 저정도 분해능을 가진 계측 방법이 존재하기나 하려나 모르겠다. (계과 학사 나부랭이라 생각을 못했는데 분광법이 있었네!? 누가 댓글에 욕 한바가지와 함께 써주심. 하지만 그래도 99.99999999999%의 순도를 가진 불산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매한가지.)

 

최고로 불순물 함량이 낮은 제품들을 다루는 '초고순도 화학분석' 분야에서도 순도는 5~6나인, 즉 99.9999%가 한계. 불산에서 12나인은 외계기술이다. 조선일보는 좀 너무하는거 아닌가 싶다. 어떤 물질이든 5나인 정도가 되면 굉장히 비싸지는데, 99.9999999999%의 순도면 불산 500g 한 병에 수십억 할 듯? 애초에 그런 고순도 불산을 담을 수 있는 용기나 만들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와 2번 헬륨 때문에라도 트웰브 나인이라는 순도는 이론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것. 결론은 조선일보의 기사는 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건 그냥 일본의 업체 스텔라나 모리타가 영업할 때 과장을 한 것인데 사실인 것 마냥 각색하여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잘못이다. 공학으로 구라치면 혼난다. 라인 적용 없이 순수하게 고순도 불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러시아도 미국도 독일도 우리나라도 가능하다. 

 

 

한겨례 단독 보도

 

 

그렇다면 한겨레와 청와대 관계자,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의 말대로 '일본산보다 순도가 높은 러시아산 불화수소'란 진실일까? 팩트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생산 및 적용이 가능하지만 검증과 실제 라인 적용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사실 러시아 말고도 가능한 나라야 많다. 나라보다는 기업과 대학의 능력이 중요한 부분이니.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반도체 라인에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난리가 난다. 적기 귀찮으니 자세한건 생략. 이것도 조선일보의 99.99999999999%와 더불어 마찬가지의 헛소리라 할 수 있다. 

 

일단 일본에서 만드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5나인, 즉 99.999%의 순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좀 더 좋아서 6나인정도라고도 하는데 사실 확인이 안되지만 일본이 세계 최고의 순도와 최저의 단가를 가진 불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맞다. 현재의 반도체 미세선폭 공정에서 필요한 불화수소의 순도도 5나인이라고.

 

그리고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요구되는 불화수소의 품질은 반도체 공정보다는 낮아도 되기 때문에 국내생산 시도 및 공급망 다원화가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고순도 불화수소에 확보에 대한 탈(脫)일본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다시 고순도 불화수소로 돌아오자. 일단 기초과학이 우수하고 일부 분야의 공학수준 또한 우수한 러시아는 5나인(99.999%)의 불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공장 건설을 시도했었으나 2018년 구미 불산 누출 사태 때문에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와 추진이 막혔다.

 

러시아의 제안 직후 나온 일본의 행동을 보자. 갑자기 고순도 불산 제조에 관한 특허가 '모리타 공업'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한다. 약한 논리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러시아도 충분히 고순도 불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허가 어떻게 쓰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떻게든 피해서 생산하겠지. 발표 이틀 후 변리사들이 모리타 공업의 해당 특허들의 국제 출원 현황을 조사해서 블로그 등에 정리를 해놨다. 찾아보자.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러시아산 고순도 불산을 실제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적용하는 데에는 몇개월간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업 엔지니어들이나 임원들이 섣불리 이야기하기 곤란한 것. (검증에 많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고순도 불산 관련 특허 이야기를 들먹인다는 자체가 쫄렸다는 반증. 얕은 새퀴들

 

러시아의 제안에 다소 뻥카가 있더라도 지금은 관심을 보여야 할 때이다. 오만방자한 아베와 그 일당들이 지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우리 산업 전반을 흔들면서 협박을 하는 건데 너무 괘씸하지 않은가. (물론 친하게 지내면 좋겠지만 대일본 경상수지는 항상 적자이다)

 

그래서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하이닉스의 생산라인에 러시아산 불화수소 도입에 대한 판단과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적용이 불가하더라도 쇼잉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어차피 두 회사 모두 감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러시아산 불산으로 라인 검증에 들어가다는 기사라도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공급망 다원화를 어떻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데, 과연 우리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고순도 불산을 생산하는 단가가 일본보다 비싸고 품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해외 자본과의 합작이나 일본 주요 소재 기업의 엔지니어들의 헤드헌팅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기술확보를 했으면 좋겠다. 

 

 

아베야 잘하자 진짜 왜그러냐

 

시간을 끌 수록 우리나라가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오히려 일본이 똥줄이 탈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 등의 일본 내 보수 언론에서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진행된 한-일 실무자 회의에서도 일본 담당자들은 코미디 프로에서도 하지 않을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던데, 일본과 아베는 완전히 잘못짚었다.

 

동북아에 열강들이 모여있어 정치외교가 참 빡세다고 우리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동북아 열강들에 우리도 포함이다. 일본은 전범국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 견제를 위해 그동안 미국의 비호를 받아 국력을 키웠다. 하지만 80년대 경제버블 당시 미국을 잘못 건드려 순식간에 30년을 잃어버린 일본.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시아의 패권국 지위를 점차 잃어버리는 중인 일본 입장에서도 최인접 국가인 대한민국 역시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vs 일본 프레임 안에선 동북아 국가 중 일본의 손을 들어줄 나라가 별로 없다.(하나도 없나?) 

 

게다가 러시아의 개입 때문인지 한일갈등에 대해 미국도 이제 움직인다는데, 북한과의 정전 카드까지 꺼내 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전처럼 일본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 아무튼 러시아산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 제안 덕분에 상황이 많이 반전됐다. 

 

팩트체크 :

(거짓) 조선일보의 일본산 불화수소가 99.999999999% 농도라는 것은 뻥, 한겨레의 긍정적 논조의 수입 가능하다는 것도 뻥.

(사실) 러시아가 '제안'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 일본산 불화수소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 또한 사실, 다원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 일본산 불화수소의 공급 안정성이 매우 떨어졌다는 것 또한 사실.

 

 

2019/07/13 - [Issue] - 러시아가 일본보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러시아가 일본보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