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불패 vs 수용성 경기불패(일자리 이동)
- 투자
- 2020. 2. 10.
스댕의 부동산 이야기(26) - 서울이냐 수용성이냐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s, Ήράκλειτος, BC 535~475)]
부동산 투자에서 '서울(Seoul)을 사라' 만큼 쉬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조언차 이야기하긴 쉽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선뜻 이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이 더이상 매력이 없어진 걸까요? 그건 아닌데요. 그 이유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서울은 수백년간 제 1의 도시였고 지금 역시 대한민국 넘버원 도시입니다. 이런 구도는 앞으로도 깨질 가능성이 없겠지만, 부동산의 절대법칙 같았던 '서울불패'라는 공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눈치빠른 투자자분들이라면 이미 느끼실 겁니다.
과거 서울은 정치, 문화, 교육, 기술, 주거환경,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단연 타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훌륭했기 때문에 인재를 끌어모으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도시 성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는 도시가 맞을까요? 아래 호갱노노의 세대 통계를 보겠습니다.
서울에서 주변도시로의 꾸준한 세대 이탈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인천권으로 말이죠. 이는 서울 거주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 혹은 더이상 거주하기엔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데요,
여기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네가지 원인을 꼽아보자면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기업들의 이전, 신규 문화 중심지의 생성, 광역 교통망의 확충, 서울의 컨디션 대비 높은 집값 때문일 것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울'이었던 서울불패의 부동산 구도에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판교, 분당, 광교, 동탄2, 수지, 기흥, 영통, 팔달 등지의 신축 아파트들의 가격은 이미 서울의 중위값을 넘었거나 넘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통을 제외한 모든 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였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에 그돈주고 들어갈바엔 서울을 사지..'라며 혀를 차지만, 서울 후려갈기는 가격의 경기권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니, 왜? 여기가 서울만치 살기 좋은데'라고 합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살기 좋아졌길래 10억씩 주고 경기권 주택을 구입할까요?
1. 문화
삼성전자, 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판교의 IT기업 등을 비롯한 미래가 밝은 직장들이 근처에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고, 훌륭한 문화-쇼핑시설들이 각 주거지의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처럼 문화/쇼핑을 즐기러 서울로 가야하는 상황이 많이 희석된 겁니다. 판교의 현대백화점, 수지의 롯데몰, 광교의 갤러리아(예정), 원천호수공원, 동탄의 롯데백화점(예정), 남동탄의 수많은 아케이드 건물들과 동탄호수, 송도의 커넬워크, 기흥의 이케아/롯데프리미엄 아울렛, 하남-평택의 대규모 스타필드 등 문화-쇼핑중심지의 역할을 하는 지역 거점들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평일이든 주말이든 서울에 갈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저조차도 강남에 갈 일은 가뭄에 콩나듯 있는 후배들 결혼식과 매시즌 특허청 건물에 일보러 갈때 빼곤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경기도 역세권 신축 주복-아파트 대단지를 보면 크고작은 쇼핑몰을 끼고 있어 주거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도보 5분 안에 지하철과 광역버스를 탈수 있고 3분안에 쾌적한 쇼핑몰, 극장, 서점, 식당가에 갈 수 있습니다. 직장도 근처라 출퇴근에 에너지를 쏟지 않으며, 만약 직장이 강남권이어도 분당,수원,용인 등지에서 강남까지 Door to Door 기준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직주근접과 집값 때문에 경기도의 신축 역세권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살아보니 주거 만족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못할만큼 높아진 것이죠. 이는 경기권 신축 단지의 실거주 비율의 증가와 함께 해당 부동산들의 시세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2. 기업
강남역, 역삼역 등지에는 아직도 많은 기업들과 사무실들이 있긴 하지만 그동네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인지하고 계실듯 합니다. 매년 사무실들이 꽤 빠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빌딩에 공실이 참 많다는 것을요. 부동산에 영 관심이 없는 제 지인들도 체감할 정도니까요. 양질의 기업들이 많이 빠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무실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정도면 느낌이 오실겁니다.
누구나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그 '서울 접근성'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죠.
*삼성동에 현대자동차의 신사옥이 들어오면 또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긴 합니다
물론 서울은 미래에도 대한민국 1등 도시일 것이고 강남, 광화문, 여의도 일대는 꾸준히 일자리 수요가 있을겁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신규 일자리 수요는 판교 이남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서울불패의 공식 또한 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순전히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보자면 근래엔 경기권이 더 높다는 느낌이 들고, 잠재력 또한 서울의 노도강만큼이나 경기권 경부축이나 인천의 신축들 역시 높다고 보여집니다. 경기권 비조정지역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쉽기도 하구요.
그리고 대기업들의 본사, R&D센터, 공장들의 경기도 이전이 참 많습니다.
'사업하기 좋은곳'이라는 경기도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들에 대해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1. 삼성전자는 더 저렴한 땅값의 지방도시를 뒤로하고 경기도 평택시에 신규 반도체라인을 증설, 기흥/화성 고도화
2. SK하이닉스는 많은 도시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용인 처인구에 120조원을 투자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3. 네이버 제2사옥은 또 분당
4. 두산그룹은 분당구에 2사옥을 짓고 7개 계열사를 이전
5. 현대중공업, 분당구 정자동에 통합 R&D센터
6. 글로벌 반도체 장비 3위 업체인 Lam Research 용인 지곡동으로 글로벌R&D센터를 통째로 이전(from 미국)
7. 한국타이어 판교에 신사옥, 본사 이전
8.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부는 경북 구미에서 경기 수원으로의 이전을 진행
9.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등의 게임사들 판교에 요지부동
10. 송도로 이전했거나 처음부터 송도로 자리를 잡은 기업들 : 포스코,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등
11. 동탄테크노밸리
12. 제2/제3 판교테크노밸리
13. 판교테크노밸리의 다섯배 규모라는 용인플랫폼시티
우리나라에서 날고 긴다는 Tech/IT 기업들이 죄다 경부축 수용성에 이어 화성/평택에 까지 집결하고 있습니다. 왜 그 좋은 서울을 놔두고 자꾸 아래로 내려올까요? 그 이유를 대충 알아보겠습니다.
3.인재
사실 기업은 항상 고민입니다.
훌륭한 인재를 계속 뽑아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그 젊은 인재들은 그동안 서울에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서울 사옥들을 유지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커지다보니 신사옥이 필요합니다. 이 신사옥을 서울에 만들긴 또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저렴한 곳으로 옮기자니 힘들게 뽑아놓은 직원들이 많이 빠져나갈 것 같고.. 이런 모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근교에 좀 더 저렴한 곳을 알아보니 경부축 경기남부가 딱인 것 같습니다. 서울과의 교통도 좋고 지방으로의 연결성도 좋으니까요. 근데 이게 왠걸 젊은 인재들이 서울 집값을 감당못하고 수원-용인 등지로 많이 빠져있네요.
이렇게 기업들과 인재들이 경기남부에서 만나버립니다. 그 시작이 판교이고 분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남하하여(교통의 확충 등으로) 용인, 동탄, 화성, 평택까지 가게 된 것이지요.
사실 앞으로 서울이 조정을 깨고 엄청나게 더 올라갈지, 경기권이 서울과의 키맞추기를 시도할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건 신의 영역이지요. 하지만 앞으로의 몇년간은 '투자' 입장에선 전 후자에 걸겠습니다. 그런데 항상 내 예측은 빗나가..
요즘 경기권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에 가보면 서울에서 온 투자자들이 그렇게 많더라구요. 왜그럴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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