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이후 지키키 모드 돌입

스댕의 부동산 이야기 51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지키키모드 돌입

 

 

 

 

그동안 회사 업무가 바빴어서 글을 못올렸습니다.

오랫만에 키보드를 잡네요.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이후 그냥 회사 일만하고 얼레벌레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평일에 워크숍 겸 출장이 있어 제주도에 잠깐 다녀왔는데 사람도 없고 참 좋더군요. 

 

617 대책을 보니 노력을 통해 위로 오르려는 사람들의 사다리를 이번엔 정말 제대로 끊은 느낌입니다. 살기 좋다고 정부가 인정해준 꼴인 '투기지역'은 이제 대출이 덜 나오고, 대출을 받기 위해선 처분서약 같은걸 걸어야하니 타이밍까지 심도 깊게 고려해야 집을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은 더욱 더 집을 사기 어렵게 됐습니다. 

 

「살기 더 좋아질 예정이라 투기지역으로 지정한다」는 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그 살기 좋은 곳을 매수하기 위해 노력하던 분들은 이제 쪼그라든 대출한도 앞에 작아진 내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규 투기지역 신축에서 대출한도 10~20%가 줄어들면 기본 1~2억 사이이기 때문에 연 3천만원씩을 모으더라도 집 구매가 3년이 뒤로 미뤄진 격입니다. 하지만 3년 후에는 목적하는 집의 가격이 더 올라가있겠죠. 결국 목적한 지역의 내집 마련은 요원해진 겁니다. 그리고  2030 청년들은 매수자가 아닌 전월세 임차인 정도의 포지션으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겠지요.

 

결국 현금과 현물을 이미 확보한 기성세대들과 집주인만 더욱 살기 좋아진 꼴입니다. 거주비용으로 묶이는 전세비용이나 매달 붓는 월세는 앞으로 가치가 계속 하락할테니까요. 전월세에 들어간 내 돈은 내 대신 일을 하지 않습니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는 집주인들에게나 좋은 것이지 월세와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은 되려 자본가로부터 레버리지를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풍요롭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머리좋은 청년들은 이미 알고 있고, 집값에 신경을 안쓰던 서민들도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안좋아지는 내 집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주수요와 더불어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 신축을 찾아 이사를 가고 그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슬슬 깨닫게 됩니다. 

 

"아 내 신세는 왜이렇지? 나두 신축으로 이사를 가볼까?"

 

하지만 온갖 규제들로 인해 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냥 현금 없으면 닥치고 오래된 집에 살아야 합니다. 

 

 

뭐 어쨌든..

 

이번 대책으로 인해 저도 포트폴리오가 좀 꼬였습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순차적으로 매도하고 다음 투자와 더불어 차를 새로 하나 뽑으려했지만 안될 것 같습니다. 차는 다른 돈으로 사야겠네요. 21년 매도 계획이었던 분양권들이 조정지역에 신규 편입되는 바람에 매도에서 등기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왜 팔지 않고 등기를 치냐?

궁금하시겠죠.

 

엉망진창 난수표같은 부동산 정책이 언젠간 정상화가 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직원들도 시민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너무 어렵기 때문이죠. 최고의 전문가들도 상담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분은 아마도 없겠지요.

 

항상 정상은 비정상을 이깁니다.

현 정부가 선거때 외쳤던 비정상의 정상화는 그들 본인에게도 해당이 됩니다. 언젠간 이런 난수표 규제 또한 정상화가 되겠지요. 그래서 전 현재보다 매도하기 좋은 조건으로 정책이 바뀔때까지 기다릴 예정입니다. 이미 무주택 청년층과 그들이 정의한 서민층에서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있기때문에, 표심에 민감한 위정자들이 이 비정상적 룰들을 다시 뜯어고칠 확률이 높습니다.

(* 현재의 대책들 중 특히 617대책은 주택가격을 잡으려는 심산보다는 계층간 사다리 끊기와 세수확보가 더 본질인 것 같아보이죠. 절대 정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가진 확실한 사다리는 현재의 부동산 자산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미래가 불분명하고 불확실합니다. 이럴땐 안전자산에 미래를 몰빵해놓는게 답입니다. 그런데 설마 현금을 안전자산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제 경우에, 지금까지 모아놓은 부동산을 걷어차면 스스로 사다리를 날려버리는 꼴이라 힘 닿는데까지 끌고갈 예정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할 때엔 그냥 금이나 부동산 같은 현물을 들고 존버하는게 답이라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가지고 있는 입지가 좋은(*주로 이름에 역/station/이 들어가는 것들이나 신규 산업예정지 신축) 분양권들을 모두 등기를 치고 전세, 반전세, 월세 등을 돌리며 구매력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글로벌에서 돈이 이렇게 풀리는데 희소성 있는 현물들의 가치가 떨어질리가 없으니까요. 아마 많은 투자자들께서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움직이시겠지요.

 

이렇게 누군가 나서서 시장을 왜곡하면 잠깐동안은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겠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면 반드시 시장의 상황에 따라 왜곡된 가치들이 본연으로 돌아와 다시 제갈 길을 걷게 됩니다. 그만큼 관성이 강합니다.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먹히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방향을 정해버린 무거운 관성 때문이겠죠.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사람들의 신축에 대한 열망과 글로벌 경제 상황이 만들어낸 거대한 관성입니다. 철덩어리로 만든 기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 개들이 몇마리 와서 짖고 부딪힌다고 해서 그 기차가 멈춰지겠습니까.  

 

그렇다면 현재와 근미래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요. 몇가지 사실들로 유추해보고자 합니다.

 

 

① 신축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공급이 더욱 막힘 : 재건축 기준 강화, 투기지역 청약 불가, 수도권 30만호 임대위주의 공급,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 

 → 기축 중 신축 가격 상승, 기존 '거래가능한' 분양권의 수요 폭발(분양권 전매제한 소급적용이 안된 20년 7월 이전 분양권들)

 

② 투기지역의 경우 더이상 20~40대가 갭투자 혹은 청약통장으로 신축 아파트를 얻을 수 없게 됨(가점제 100%)

 → 상동. 투기지역 신축 및 분양권의 희소성 증가

 

③ 계속되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

 → 화폐가치의 하락

 

④ 이번 정권도 피해가지 못하는 경기 부양을 위한 SOC(사회 간접 자본, 社會間接資本, social overhead capital) 확대

 → 핵심지, 산업지 위주의 철도/신규 도로 등의 공급 등

 

 

위 네 가지 팩트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들의 연차가 쌓여 신축에 대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줄고, 이미 풀렸고 앞으로도 풀리는 유동성으로 인해 화폐 가치는 꾸준히 하락중이며, 규제에 걸리는 바람에 살기 좋은 곳의 청약에 당첨되긴 더욱 어려워졌고, 이미 살기 좋은 곳들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투기-조정지역들에는 투자가 계속되어 철도와 도로가 계속 놓이고 있습니다.

 

위의 사실들로 볼때 호갱노노나 아름집의 일부 매수대기자들의 주장대로 규제 덕분에 규제지역의 가격이 떨어질까요 그 반대가 될까요. 삼성전자, 하이닉스, 신규 산업단지가 지속적으로 새로 들어서고 고속철로가 새로 생기는데 그 근방 최신축이 떨어질까요 오를까요?

 

전 오히려 지역 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거라 봅니다. 인프라가 몰려있는 투기-조정지역 역세권 신축, 대단지 신축, 산업지 신축 등은 더욱 인기가 높아질 겁니다. 

 

실제로 617대책 이후 투기과열 지구가 된 신축들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 잘 모르는 몇몇 분들의 급매가 천세대당 2~3건 정도 나왔었고, 그런 매물들이 빠르게 소화된 후 며칠 사이에 5천~1억 이상 올라 실거래가-신고가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제 생각엔 대책 이후 빠르게 신축 핵심지들을 매수한 그분들이 승리자입니다.  

 

항상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냅니다. 전략을 짜느라 잠시 소강이 왔지만, 일부 빠른 분들은 다음 투자처와 투자방법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더군요.

 

저는 이제부터는 지키기 모드에 돌입하려 합니다. 이러다 여유가 생기면 또 사람들이 찾은 길을 따라 걷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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