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확실한 금주 방법 : 두 가지 법칙 지키기

술을 끊기로 했다. 순조롭게 금주 중이다. 다른 중독들과 마찬가지로 끊기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번엔 정말 강하게 마음먹었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금주를 결심하고 실천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1.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죽다 살아났다. 

5년 전에도 이놈한테 당해 갖은 고생을 했었는데 며칠 전 또 감염되었다. 5년 전의 원인은 굴이었고 이번엔 육회였다. 육회로도 걸리는 줄은 몰랐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주요 감염 경로 중 하나란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반드시 구토가 나오는데 나는 구토를 하면 눈물도 함께 나오더라. 이번에 울면서 결심했다. 술이 뭐 얼마나 좋다고 처먹어서 이렇게 고생 중이냐고 말이다. 나는 술을 먹지 않고도 잘 놀 수 있다. 

 

2. 동료들이 담배를 끊더라.

회사 사무실 친구들과 형들이 갑자기 담배를 모두 끊었다. 나도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난 담배를 태우지 않으므로 끊을 것이 술밖에 없었다. 

 

3.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18년이나 마셨더니 취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세로토닌-도파민 분비의 역치가 올라간 것 같다. 술을 처음 마셨던 19~20살 때에는 한 두잔만 마셔도 행복 호르몬 분비 스위치가 켜졌었는데, 반평생을 함께 했더니 스위치가 닳아버렸는지 한 병을 마셔도 기분이 그대로다. 간혹 분위기에 취해 두 병 이상 마신 날은 예외없이 며칠간 고생을 한다. 몸속 깊숙이 숨어버린 스위치를 켜보려고 손가락으로 후벼 파면 주변 조직들이 망가지지 않을까. 더는 내 몸 망가뜨리면서 술로 행복감을 찾고 싶지 않았다.

 

4. 가족 생각

여기저기 자주 아픈걸 보니 몸이 많이도 상한 것 같다. 내가 아프면 삶이 힘들어질 와이프와 예쁜 딸이 무척 걱정된다. 그깟 술을 못이겨 가족을 고생시킨다면 그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알콜은 우리 가족의 행복을 깨부수려는 적(enemy)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내 의지력이 궁금했다.

알코올을 잘 해독하지 못하는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자기합리화를 하며 스스로 목을 조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금주는 정말 별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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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두 가지 법칙

복잡하면 지키기 어렵다. 딱 두가지만 실행했다.

 

1. 금주에 성공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적극적으로 내 결심을 주변에 알린 것이다. 여러 자기계발서에도 나오는 실천 방법 중 하나이다. 이미 알코올에 점령 당한 나의 의지 박약이 걱정돼 주변인들을 금주 도우미로 활용하였다. 

 

2. 두번째 방법은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고 조그만 크랙이 댐을 무너지게 한다.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아야 성공적인 금주를 할 수 있다. 음주의 양과 기회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한 번에 끊기로 했다.

 

 

사실 금주를 하기로 마음먹은 적이 많다. 매번 결심하고 1~2주 금주하다 실패하기를 반복했는데, 돌이켜보면 실패의 원인은 결심의 강도가 약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매번 그냥 '술 끊지 뭐~' 이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내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금주하겠다'이다. 예전엔 일반 커피였다면 이번엔 T.O.P다. 예전 금주 결심은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당연히 예외'였는데 이번 결심은 '업무고 뭐고 누굴 만나도 절대 금주.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겠다'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이번 금주 결심은 절대로 깨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 실행을 위하여 나에게 항상 술잔을 챙겨주시는 가족들과 직장동료들, 친구들에게 먼저 금주에 대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사업 동반자 분들께도 선언하고 양해를 구하였다. 바로 어제도 우리 회사의 최대 매출처인 모 대기업 부장님들과의 자리가 있었는데, 잘 말씀을 드리고(몸이 보기보다 약해서 술을 더먹다간 뒈질 것 같다는 부연설명도 함께 드렸다)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계셔서 내 결심을 응원해주셨다. 

 

회사모임, 친구들 모임, 장인어른과의 만남, 좋은 안주들이 있었던 집에서의 저녁, 엄마네 집 방문 등에서 성공적으로 음주를 하지 않았다. 이제 끝판왕 몇 개만 무사히 넘기면 완벽한 금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례를 지낸 후 음복자리와 해외여행(바로 다음 주에 베트남 나트랑에 놀러갈 예정)에서의 위기. 이것만 넘기면 얼추 성공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해도 될 것 같다. 난 오래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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