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70840 아포칼립스 버그 구매 일기

판교 현대백화점에 놀러갔다가 뜻밖의 충동구매(Lego 70840 Welcome to Apocalypseburg!)를 하였다. 지난 번 PS4 Pro 구매대란 때에도 현백에 갔다가 구매결정을 내렸는데 [참조 : 2019/01/28 - [Culture] - 2019년 PS4 구매대란과 오프라인 구매 후기(後期)] 이거 참 소비의 요정이 판교 현백에 상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의 아낌은 이걸 사기 위한 추진력이었나보다. 

 

현백에는 네스프레소 웰컴오퍼를 구입하러 갔던 건데 이거저거 구경하다보니 우리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 죄다 집어올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파산하였다. 2월에 더이상 돈을 쓰면 안된다. 2월은 28일이 끝이라 참 다행이다. 아래는 파산 기념샷. 거의 크리스마스 시즌2. 파산의 근본원인, 지갑털이범인 '레고 70840 아포칼립스 버그'가 당당하게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사실 지금 일기를 쓰기 전까진 이 제품의 이름도 몰랐다. 레고 콜렉터도 아닌 내가 40만원이 넘는 이런 사치를 부리다니, 도대체 왜? 20년 후의 나, 혹은 우리 예쁜 와이프나 귀여운 딸이 이 글을 읽고 '그래. 모두가 매력을 느껴서 샀던 거구나'라고 기억을 미화해 주길 바라면서 일기를 쓴다. 

 

 

[2019년 2월 9일, 파산(Bankruptsy) 기념 샷. 레고 말고도 뭐가 많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에는 레고샵이 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뭐 어디든 백화점 레고샵에는 사람이 많겠지만 뭔가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남자 아이들과 30-40아버지들이 뭘 둘러싸고 보고 있었다. 뭔가 궁금해서 봤더니 아래 사진의 제품이 뙇!하고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크기가 남달랐다. 크고 아름다웠다. 내가 본 레고 제품중에 가장 컸다. 사진으로 보는거랑 그냥 내눈으로 직접 보는거랑 또 천지차이. 사진이 이 제품의 위용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Lego 70840 Welcome to Apocalypseburg. 16+]

 

앞에도 적었지만 현재의 나는 레고를 모으지 않는다. 그냥 이쁜거 가끔 나오면 하나씩 조립해보는 가벼운 취미활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취미의 순위에서 밀린다. 스피드챔피언 몇개, 오버워치 몇개, 배트맨 무비 우주선, 화물열차 하나. 이정도? 이 제품은 최근에 웹에서 보긴 했는데 관심 자체가 없었다. DC쪽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게다가 레고무비라니 관심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 레고샵에서 실물을 마주한 그 순간부터 구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제품이었다. 

 

 

 

'레고샵에좀 가자. 내가 진짜 멋있는걸 봤어. 꼭 보여주고 싶어'

 

딸래미와 놀고 있는 와이프를 찾아 레고샵으로 같이 향했다. 귀여운 우리 똥깡아지는 아빠 또 레고사게? 이러면서 신나하며 따라온다. 아니 니가 왜 신나하는겨ㅋㅋ. 와이프가 보더니 놀란다. 멋있다고 한다. 첫인상이 예술작품 같았다고 한다. 역시 미대출신. 와이프도 멋지다고 하니 더욱 고민이 되더라. 내 방(서재)에 놓으면 인테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그만큼 멋있었다. 

 

그래도! 아무리 멋있고 이뻐도 내 주력 취미도 아닌 레고에 40만원을 쓰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폭풍 검색. 혹시 온라인 샵에선 더 저렴하지 않을까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최저가가 43만원. 레고샵에선 419,900원. 지금 여기서 사는게 더 싸다. 게다가 사은품으로 레고자동우산, 레고돼지, 레고하트, 레고미니피겨팩토리블록, 레고발렌타인쇼핑백, 레고발렌타인엽서까지 준댄다. 하나라도 안주면 안사려고 직원한테 다주는거 맞냐고 물어보니 다준댄다. 살 수 밖에 없다. 

 

 

워낙 비싼놈이라 내 스스로 이걸 사면 죄를 짓는 느낌이다. 누군가 면죄부를 준다면 사겠지만 누가 나에게 면죄부를 주겠는가. 그럴리가 없다. 그래. 타의에 의해 구매를 못하면 되려 마음이 편하다. 와이프에게 물어본다. 

 

'살까?'

'어. 사고 싶으면 사야지'

 

허. 사지 않으려고 물어봤는데 사랜다. 충동구매를 막아줄 최대의 숙적(?)역할을 담당해줘야 하는 분께서 사라고 한다. 이제 이걸 안사는게 죄다. 상황이 바뀌었다. 마지막 남은 나의 절약요정이 딜(deal)을 요청한다. 머릿속에서 구하기 넘 쉬운거면 40씩이나 내고 사지 말랜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물어보고 재고가 많이 남았으면 안사려고 했다. 그래서 저거 사려니 새거 달라고 했더니,  

 

'저거 하나 남은거니까 박스 들고오세요'

 

그래서 모든 잡념고 걱정을 뒤로하고 박스와 카드를 매니저에게 넘겼다. 그리고 현재 우리집 거실에서 개봉을 기다리며 멋있게 서있다. 온갖 사은품들과 함께 말이다. 아참, 마지막 남은 제품을 내가 집어올 때 매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우와 저걸?!'을 표현하는 듯한 선망의 눈빛과 초딩들의 부러움 가득한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ㅋㅋ 인생 성공한 느낌이다. 여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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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 정보 

1. 품명 : 웰컴 투 아포칼립스버그 Welcome to Apocalypseburg.

2. 품번 : 70840

3. 브릭 : 3178개

4. 연령 : 16세 이상

5. 사람들의 리뷰 키워드 : 역대급제품/손맛최상/폭풍멋짐/디테일최상 등의 찬사.

 * 스티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멋져서 용서가 된다고 함

 

[전시해놓으려면 50x50x50cm가 되는 공간이 필요]

 

 

[언제 맞추지. 3000피스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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