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선택 시 고려하지 않았던 제3의 요소 : 아비투스

이미 성벽을 쌓은 것 같은 비싼 아파트나 고급주택단지에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방식인 인프라 확충에 의한 집값 상승의 기대 따위가 아닌 제 3의 요소인 '소프트웨어', 즉 구성원 때문이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좋은 구성원들이 모여 바운더리를 만들고 나면 어느 순간부턴 입장료가 생긴다. 더이상 오르지 못할 것 같은 강남 부동산에 부자들이 안달나서 노크하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장료가 더 비싸지기 전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집값이 비싼 동네의 주민들의 수준이 남다른 이유는 특별한게 아니다. 많이 이룬 만큼 잃을 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라 평판을 지키기 위해 예를 갖추는게 몸에 배어있다. 행동거지가 바르며 온-오프라인을 불구하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성향들이 많이 보수적이다. 그런 아비투스(habitus)는 그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동네 이웃들이나 그 자녀들에 의해 우리 가족이 속썩을 일이 거의 없게 된다. 덕분에 구성원들이 큰 문제 없이 자기 일과 취미, 학업 등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지난 7년간 극단적인 이사를 몇번 했다. 처음 살던 곳은 여의도의 50평대 아파트로 부자들만 사는 곳이었다. 안정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족사와 내 발전 말고는 신경쓸게 없었다. 그러다 집안에 일이 생겨 10평 짜리 슬럼화된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2년을 살았는데, 그 당시 이웃들 때문에 생긴 경험들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다. 

 

 

실거주할 부동산을 선택할 때엔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이유이다. 어떤 집에 오래살지 말지는 앞으로의 분위기에 달렸다. 자연스럽게 소득이 오르고 연륜이 쌓이며 점점 고상해지는 동네가 된다면 쭉 사는거고, 어떤 이유들에 의해 동네가 고상함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게 되면 어느 순간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동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구성원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더 뛰어나지고,

내 자식들을 훌륭하고 올바르게 키우면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 천천히 동네로 모이게 된다.  

 

*아비투스(Habitus) : 개인의 취향은 배경과 환경, 가치관, 분위기, 혹은 종교, 사상, 권력이나 계층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 혹은 그런 것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 하류층 특유의 거친 행동이나 말투는 하류사회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기제로 작동되지만 중류, 상류사회에서는 그런 것을 하면 몰상식하거나 천박하다며 배척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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