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에 대한 첫번째 글 : 평균 이하의 사람들

앞으로 시간이 나는대로 우리가 다루고 있는 기술문제해결 방법론인 트리즈(TRIZ)에 대한 툴 설명과 에피소드들을 연재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 이야기이다. 





 내가 출근하는 사무실은 판교테크노밸리 한복판에 있다. 사무실 두개를 임차하여 쓰고 있는데, 하나는 우리 사무실 식구들이 앉아서 일을 하는 곳이고 나머지 하나는 공개 교육을 진행하는 15명 남짓의 수용이 가능한 강의장이다. 1년 내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과 교육장을 찾아온다. 그리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 때문에 고민 중인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와 개인 모두 ‘풀어야 할 문제(Problem, 問題 – 현재 상태와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상태의 차이)’를 이미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가질 예정이다. 산재한 문제를 푸는 것은 기업가치의 상승 및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문제 해결에 배팅을 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배움의 깊이가 남다른 고급 인력을 비싼 돈을 들여 뽑는 이유는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어려운 문제를 누가 더 먼저 풀어내느냐에 따라 반도체의 수율을 더 올릴 수 있고 세상에 없던 더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무실의 식구들은 그들이 가진 아직 풀지못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경청하고, 이해하며,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사무실의 사람들은 무슨 문제풀이의 신(神)이라도 되는 것인가? 당연히 절대 아니다. 오히려 하자가 많은 평균 이하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무와 취미-가정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여 항상 피곤한 사람, 업무와 관계된 일 말고는 평범한 일상에 어려움을 겪는 Y자형 인간, 이성과의 교감에 어려움을 겪는 노총각, 술을 마시면 새로운 인격이 등장하는 다중이 등 같이 지낼수록 단점이 주로 부각되는 인생들이 사무실에 자리를 펴고 앉아있다. 이런 보통 인간들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이 풀지 못하고 있는 미해결 난제(難題)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매년 인당 매출을 꾸준하게 수 억(億)원씩 내고 있는데다 그또한 매년 증가 추세이다. 사업을 워낙 밑바닥부터 시작한지라 구성원들이 현재 엄청나게 부유하지는 않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다들 꽤 잘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희망적이다. 각 분야에서 오래도록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이 풀지 못한 문제들을 대신 해결하고 다니면서 말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컨설팅 펌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것 같은 박사급 인재도 없다. 아이큐 분포도 평균적이며 학교 다닐 때 수석을 해본 인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솔루션을 도출해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앞으로 그 비결에 대한 썰을 오랫동안 풀어볼 것이다.


 우리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분석의 방법을 알려주고 생각의 흐름을 잡아주는 것은 트리즈(TRIZ)라는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문제 현상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묻고, 듣고, 보고, 생각하고, 검색하여 클라이언트에게 조심스레 우리의 의견을 건내 주는 뭐 그런 소소한 활동을 하는데, 모든 활동에는 TRIZ가 중심에 있다.


 우리는 TRIZ라는 문제해결 툴에 목숨을 걸었다. 앞날이 창창한 30대 초반의 과장급 인력들이 괜찮은 연봉이 보장되는 글로벌 대기업을 후려치고 나온 것은 기본이고, 본 툴이 탄생한 본고장에서 공부하겠다고 취업도 고사하고 나이 33에 넘어 시베리아로 건너가, 1년 동안 TRIZ의 대가라는 어르신을 스토킹하여 결국 노하우를 사사(師事)받고 온 구성원도 있다. 도대체 어떤 툴이기에 본인과 가족들의 생존까지 걸어가며 배팅을 하는 것일까? 제품도 비즈니스 모델도 아닌 단지 ‘생각하는 방법’에 인생을 올인한 것은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2부에 계속

국제트리즈협회 한국교육센터
https://mtckr.com/

2019/03/19 - [분류 전체보기] - TRIZ 두번째 글 : 트리즈(TRIZ)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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