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구봉산 오토캠핑장 나인힐스

캠핑할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토요일 아침에 갑자기 가족 모두의 만장일치로 캠핑을 전격 결정했다. 우리 사랑스러운 골칫덩이가 아침에 김밥을 싸 달라고 해서 와이프가 김밥을 싸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캠핑 갈까?' 한마디를 했다가 고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혼자 치고 혼자 접은 스노우라인 미라클패밀리 텐트

일단 결정부터 해놓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당일 예약이 가능하려나. 궁금했다. 미세먼지도 없고 기온도 적당해서 캠핑장이 붐빌 것 같았다. 역시나 대부분의 사이트는 마감됐고, 시스템상으로는 당일예약이 되지 않아 전화 문의를 했는데, '용인 오토캠핑장'을 검색창에 넣었을 때 1등으로 나오는 '구봉산 오토캠핑장 나인힐스'가 한자리 남았다고 한다. '아싸~재수'를 외치며 예약 완료 후 2시간 동안 준비하여 길을 떠났다.

 

 

일단 캠핑장의 전체적인 평가부터 해보고 자세한 내용은 사진을 곁들여 쓰겠다. 이 캠핑장은 산의 초입에 위치한 곳이라 자연 환경은 그냥 그저 그렇지만, 아이들이 놀 곳이 많아 아이와 어른들에게 모두 괜찮은 캠핑장이다. 아이들에겐 5점 만점에 5점, 어른들에겐 3.5~4점 정도라 생각한다. 분명 좋은 곳이 맞지만 야간 소음 관리가 안되는 점, C블록 개수대의 상태 등에 아쉬운 점이 조금 있다.   

 

 

1. 위치와 가는 길

구봉산 오토캠핑장 나인힐스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다. 같은 용인시이지만 정말 수지구나 기흥구와는 많이 다른 깡시골이다. 이 근처에 하이닉스가 들어오다니 얼마나 변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캠핑장으로 들어오는 길이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인데, 추운 동네라 그런가 벚꽃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분홍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벚꽃이 만개할 때 맞춰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기흥역세권(신갈IC)에서 45분 정도가 걸린다. 길이 막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 캠핑장의 진입로에 공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 여기가 캠핑장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공장 한두동을 지나 위로 더 올라오면 캠핑장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틑날 아침 구봉산 오토캠핑장의 모습

 

2. 특색

나인힐스라고 하길래 이름때문에 이국적인 첫인상이었는데 막상 가보면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해보니 '구봉=9봉=Nine Hills'였다. 어쨌든 무사히 1박을 하고 온 지금, 구봉산 오토캠핑장은 정말 특색 있는 캠핑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구봉, 나인힐스, 키즈카페, 미니카 트랙, 타미야, 토끼, 공장, 벚꽃..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모였는데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이런저런 시설 때문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캠핑장을 선택하는 데엔 아이들의 선호도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이 특색들은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엄청나게 긴 미니카 트랙

캠핑장에 이런 장비가 있는 곳은 처음봤다. 흔히 볼 수 없는 미니카 트랙을 엄청나게 길게 연결했다. 게다가 캠핑장 사무실(매점)에서 타미야 정품 미니카와 모터까지 팔고 있었다. 완전 취향저격이다. 예전 달려라 부메랑 등의 만화로 미니카 조립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30-40 아버지 세대는 지갑이 자동으로 열린다. 우리 딸은 당장은 흥미가 없어 사달라고 안 했는데, 다음번엔 우리 집에 있는 타미야 미니카들에 강력한 모터와 충전지를 활용해서 1등을 먹을 생각이다. 물론 우리 딸이..

 

미니카 트랙 맞은편에는 참나무 장작과 토끼 한마리가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밑에서 잡초(민들레, 쑥 등)를 뽑아 토끼에게 주는데 주는 족족 잘 받아먹는다. 우리 딸도 토끼가 풀을 받아먹는 게 신기했는지, 연신 먹이를 주며 좋아했다. 다른 동물들은 없이 캠핑장에서 키우는 듯한 토끼 한 마리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니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효자(효끼?)일 것 같다. 

 

 

특이하게도 캠핑장 안에 키즈카페가 있다. 방방, 옥스포드 블록, 정글짐(?)등이 있어 초등학생 및 유아동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 개장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몰려간다. 캠핑장과 키즈카페, 토끼, 미니카 트랙이 구봉산 오토캠핑장 나인힐스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캠핑장 옆에는 회사 1박 야유회를 진행하는데 적합해보이는 펜션 같은 곳이 있다. 절대 고급진 곳은 아닌데 실제로 어떤 단체에서 야유회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고 있었고 연신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래도 부르더라. 캠핑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냥 흥겨웠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캠핑장 근처에 벚꽃이 아직도 피어있다. 

 

펜션이 아니라 구봉산 리조트였구나. 리조트라고 하기엔 뭔가 좀 음..ㅋㅋ 이런 것도 할 수 있나 보다. 

 

 

3. 캠핑 관련 시설

텐트를 칠 수 있는 구역은 총 A,B,C 3개의 존이 있다. 모든 존에서 개수대로의 이동은 편해 보였다. C존의 양 끝에서는 매점이나 키즈카페를 이용하기엔 다소 멀어 보였다. 우린 C존의 가운데 사이트에 텐트를 쳤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샤워장, 대규모 개수대, 매점 등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름 위치는 좋았다.

 

1) 파쇄석 바닥

난 데크가 좋은데 아쉽게도 데크는 없었지만, 그래도 흙바닥이 아닌 파쇄석이라 배수가 아주 괜찮았다. 밤에 소나기가 강하게 내렸고, 새벽에도 이슬비가 왔는데 파쇄석 바닥 덕분에 배수가 아주 잘되어 텐트의 오염도 없었고 습한 느낌도 없었다.

 

2) 개수대

이 캠핑장의 최대 단점이다. 메인 개수대+샤워장의 시설은 관리가 잘 되어 괜찮았지만, 우리가 묵었던 C블록의 개수대는 화장실의 응가 사로와 바로 붙어있는 데다 위로(천장쪽) 막혀있지가 않고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 개수대가 깨끗할 필요는 없지만, 과일이나 상추 같은 음식물을 씻으러 가기도 하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응가를 하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냥 작은 판넬 하나만 써도 화장실 쪽과 개수대 쪽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게 정말 많이 아쉽다. 이것 때문에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B구역으로 예약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C구역 화장실에 남/녀 펫말이 표시돼 있지 않아서 처음 찾는 사람들은 많이들 잘못 들어가곤 한다. 

여긴 메인 개수대, 메인 화장실

3) 온수

온수는 계속 콸콸 잘 나왔다. 엄청 괜찮았다. 보일러를 좋은 걸 쓰나보다. 굉장한 장점인데 사진을 찍어도 표현이 안되니..

 

4) 샤워장

샤워장은 8:30부터 23:00까지 운영하는데, 역시나 뜨꺼운 물이 잘 나오고 나름 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5) 소음 관리

매우 아쉬운 부분인데 여긴 분명 가족단위 캠퍼들이 많이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12시까지 시끄럽게 노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나 안내가 없었다. 각 사이트끼리 멀기라도 하면 좀 덜 들릴 텐데, 워낙 가까워 더 잘 들린다. 우리 옆텐트도 뭔 말도 안 되는 논쟁을 12시까지 우렁찬 목소리로 하는데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얘길 해도 들어처먹질 않았다. 원래 캠퍼들이 알아서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최소한 안내를 하거나 그 시간까지 떠들면 한 번은 돌면서 제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점이 없어 좀 아쉬웠다.

※ 가족 단위로 오는 캠핑장의 에티켓 타임은 보통 밤 10시, 아무리 늦어도 11시이다. 그 이후로는 닥치고 자든가 아주 조용히 이야기해야 함. 난지 캠핑장같은 학생들 많이 오는 곳은 제외. 

 

6) 벌레

큰 벌레는 다른 캠핑장들 보단 적었던 것 같다. 다만 파쇄석의 특성인지 지역의 특성인지 계절의 특성인지 방수포나 텐트를 건조시키고자 잠깐 바닥에 깔아놨을 뿐인데 좁쌀보다 작은 검은색 날벌레떼가 엄청나게 들러붙어있더라. 접을 때 다 날아가긴 했지만 그놈들이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처음 본다. 몽산포, 고성, 탄도항, 광명, 시흥 갯골에서는 보지 못한 벌레였다. 땅에서 올라온 게 아니라 무슨 공기 중에서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먹을걸 찾아 날아온 것도 아니고.. 궁금했다. 그런데 딱히 이 벌레가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진 않았다.

건조 도중에 벌레떼를 보았다 

 

4. 총평 

용인 구봉산 오토캠핑장 나인힐스.. 다음번에도 다시 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 B사이트로 갈거다. 조개를 잡을 수 있는 바다도 아니고 가재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냇가도 없지만, 가깝기도 하고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 딸이 모르는 아이들과도 어울려 놀 수 있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다만 다음번엔 이웃을 잘 만났으면 좋겠다. 이번엔 오른쪽 이웃은 참 좋았는데 왼쪽 이웃이 밤에 너무나 시끄러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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